20년 만에 가계대출 줄었다

이자부담 소비위축 영향
주담대·신용대출 모두 감소세
작년말보다 6000억가량 줄어

20년 만에 가계대출 줄었다

올해 1분기 가계대출이 통계 작성 이후 20년 만에 처음 줄었다. 신용카드 대금 등 판매신용을 포함한 전체 가계신용(빚) 규모도 9년 만에 감소했다. 주택 매매 수요가 줄고,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대출이자 부담, 소비 위축 영향이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1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를 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빚 잔액은 1859조4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지난해 12월 말보다 약 6000억원 줄었다. 가계빚이 줄어든 건 2013년 1분기(9000억원 감소) 이후 9년 만이다.

가계빚엔 금융회사에서 빌린 가계대출과 신용카드 대금 등 판매신용 잔액이 포함된다. 주택담보대출, 전세대출, 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한다.

경제 규모가 확대되고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가계빚 규모는 분기마다 최대치를 기록해 왔다.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금리 인하와 자산 가격 급상승 영향으로 가파르게 늘었다가 이번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가계빚 중 가계대출 잔액은 1분기 1752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직전 2021년 4분기보다 1조5000억원 빠졌다. 가계대출이 전분기보다 줄어든 건 2002년 4분기 이 통계 편제 뒤 처음이다.

주담대 증가폭이 꺾였고 신용대출은 감소한 영향이다. 지난해 분기 평균 주담대 증가액은 약 17조7700억원이었는데 1분기엔 주담대 잔액(989조8000억원)이 8조1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잔액 762조9000억원)은 9조6000억원 줄었다. 지난해 4분기 9000억원에 이어 연속 감소다. 1분기 말 기준 판매신용 잔액은 106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보다 8000억원 늘었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담대 증가 폭은 주택 거래 둔화 등으로 작년 4분기보다 축소됐다”며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대출금리 상승과 정부·금융기관의 관리 강화 등으로 감소 폭이 더 커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부터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소비심리는 위축됐다. 한은이 이날 함께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102.6을 기록해 전월(103.8)보다 1.2포인트(P) 감소했다. 물가상승세 지속과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요인이다.

한은은 소비심리 위축에도 물가를 잡기 위해 오는 26일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채권 전문가 94%가 이달 한은이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