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스마트폰 다양성

모토로라폰이 9년 만에 한국에 돌아왔다. '외산폰의 무덤'이라 불리는 국내 시장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비율)를 앞세운 중저가 모델로 재도전에 나선다. 알뜰폰과 함께 싼 요금제로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고, 자급제 채널을 통해 더 다양한 단말을 접하기 원하는 소비자 수요를 충족하겠다는 접근이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은 지난해 LG전자 모바일 사업 철수 이후 사실상 삼성전자와 애플 양강 구도가 굳어졌다. 중국 샤오미가 매년 신제품을 출시하며 꾸준히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엔트리(최저가)급 모델은 삼성전자가 선별적으로 국내에 선보이는 제품 이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박정은 통신미디어부 기자
<박정은 통신미디어부 기자>

이동통신 3사가 각자 단독으로 선보이는 전용 모델 자리도 삼성전자 갤럭시A·M 시리즈를 리브랜딩한 제품이 차지했다. 이통사 간 가입자 유치 경쟁은 다양한 제품을 통한 차별화 전략 대신 불법 지원금과 타깃 마케팅으로 혼탁 양상이 심화됐다.

생태계는 생물종이 다양하고 복잡한 가운데 안정을 찾아간다. 생물종의 다양성이 낮은 생태계는 사소한 위협에도 쉽게 취약해진다. 시장 또한 다르지 않다. 올해 초 세계시장을 뒤흔든 반도체 공급망의 이슈는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물건이 동나는 품귀 현상을 불러일으켰다. 70%에 이르는 점유율을 차지한 삼성전자가 제품 공급에 차질을 빚자 전국의 휴대폰 매장이 손가락만 빨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 제조사는 치열한 자국 내 경쟁을 통해 급성장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기술을 카피하고 빠르게 수용하면서 나름의 실험적 도전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제는 혁신 기술 도입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까지 앞다퉈 노리면서 해외 무대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모토로라의 한국 복귀가 오랫동안 고여 있던 국내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브랜드 인지도 회복과 탄탄한 사후지원(AS) 인프라 확보가 기본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삼성전자 안마당에서 승부할 수 있는 제품 경쟁력은 물론이다.

중저가 모델에서 나아가 모토로라를 대표하는 프리미엄 단말과 폴더블 스마트폰까지도 국내 시장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스마트폰 종의 다양성은 이통사가 가입자 유치를 위해 단말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소비자 선택지를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도 새로운 자극을 통해 '잡은 물고기'로 여겨지던 국내 시장을 다시 돌아볼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