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각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를 바라보면서 신기술·신산업 육성이 특정 국가의 군사력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체감하고 있는 듯하다.
미국 민간우주항공 기업의 경우 자체 인공위성을 통해 획득한 정보를 기반으로 러시아 탱크 위치라든가, 러시아 군 이동 상황에 대한 정보를 우크라이나에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또 드론을 활용해 러시아 탱크에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반도체를 통해 제어되는 제블린이라 불리는 지대공미사일은 러시아 탱크가 가장 취약한 지점인 상판을 타격하기 위해 탱크 인근에서 수직으로 상승했다가 낙하하는 기술력을 활용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처럼 최근 전투는 인공위성, 드론, 반도체 등 다양한 신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있으니 다름 아닌 무인기술이다.
우리가 과거에 목격했던 수많은 기기는 사람이 작동하는 기기였다. 그러다보니 복잡한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 군인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무기 구입 비용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전투기 한 대 가격보다 파일럿 한 사람을 훈련시키는 비용이 더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에 기반한 무인기기라면 이러한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KUB-BLA라는 자폭용 무인기는 특정 지역으로 자율비행한 후 최대 30분간 상공을 배회하며 목표를 추적할 수 있다. 인간이 결정을 내리지 않아도 자동으로 사람을 죽이는 인공지능에 의해 조종된다. 이 소형 반자율 드론은 크기가 훨씬 더 크면서 숙련된 파일럿이 원격 조종해야 하는 프레데터 드론에 비해 매우 저렴하다. 사람이 통제할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에 더 작고 저렴하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모든 종류의 인공지능 기반 살상무기의 세계 시장 규모는 올해 약 14조7840억원에서 2030년에는 약 36조9600억원까지 빠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또 다른 조사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는 현재 미국에서만 약 7145억원에 이르는 자폭용 무인기 연간 지출이 2030년에는 약 1조2320억원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인기술 적용은 드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 해군은 51피트(약 15m) 길이의 오르카라는 잠수정 제작을 위해 현재 보잉과 협력하고 있다. 초대형 무인 잠수정의 목표는 최대 6500해리(1만2000km)까지 자율 항행하며 음파 탐지기를 사용해 적의 함정과 수중 기뢰를 탐지하는 것이다. 초기 버전은 무장을 하지 않지만 해군은 향후에 공격 어뢰를 탑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시사했다.
이론적으로 인공지능 기반 무기 시스템은 전쟁에서 민간인 사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인간보다 정보를 더 빨리 처리할 수 있고 전투로 인한 생리적·감정적 스트레스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전투가 한창 벌어지고 있을 때, 집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상대가 적군인지 아니면 아이인지도 더 능숙하게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이상적인 이론과 달리 인권 운동가들과 많은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오늘날의 기계학습 기반 알고리즘이 가장 중대한 결정인 사람을 살릴지 아니면 죽일지 판단하는 것을 신뢰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과연 무인화되는 다양한 무기가 인류의 미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지 부정적으로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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