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김범진 웨이브 대표 “런던에서도 한국에 있는 할머니 손맛 구현”

“국내에서만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만 성장 가능성과 확장력을 보인 점이 국제적으로 주목을 받은 것 같습니다.”

김범진 웨이브 라이프스타일 테크 대표는 최근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이름을 올렸다. 산업·제조·에너지 분야에서 공동 창업자인 백승빈 최고기술책임자(CTO)와 함께다. 백 CTO는 “선정 메일 마지막 문구가 '어서 가서 세상을 바꿔라(Get busy changing the world)'였다”면서 “우리가 성과를 냈다기보다는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과 과감한 도전을 리스펙(존중) 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웨이브는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주방을 운영하는 '로봇 키친 플랫폼' 제공 회사다. 외식 브랜드가 웨이브에 레시피를 주면 로봇과 베테랑 셰프가 음식을 조리해주는 일종의 요리·주방 대행 서비스다.

김 대표는 “외식 현장에서는 최저임금 인상뿐 아니라 잦은 퇴사와 재교육 등 인력 관리 부담으로 곤란을 겪고 있다”면서 “로봇 솔루션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인력 공백을 메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고객사가 제품을 아마존 풀필먼트를 이용해 세계에 판매하고 넷플릭스를 통해 영상 콘텐츠를 글로벌 유통하듯이 로봇 키친 플랫폼을 거점 삼아 음식을 주문받고 조리, 유통까지 가능하다”면서 로봇 키친 플랫폼을 '외식업계의 아마존이자 넷플릭스'라고 설명했다.

공유주방과 유사해 보이지만 확연한 차이가 있다. 공유주방은 공간을 나누고 각각의 음식을 따로 만들지만, 로봇 키친 플랫폼은 작업 단위로 구분해 음식을 조리한다. 조리 방법이 동일하다면 여러 브랜드 음식이 한자리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굽기, 삶기, 볶기, 튀기기 등 4개 쿠킹셀과 재료를 배분하는 디스펜서, 재료와 음식을 옮기는 러너로 이뤄진다. 재고관리를 비롯해 주문을 받고 조리 전 과정을 통제하는 로키스(ROKIS:Robot Kitchen Software)가 핵심이다. 백 CTO는 “쿠킹셀은 단일 조리에 최적화했다”면서 “주방 환경은 습하고 오염이 심해 기계 사용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강한 이동체(러너)를 직접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로키스는 관제탑 역할을 한다”면서 “요일별 주문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문량 예측부터 시간대별 운영방식 등의 의사결정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의 디스펜서.(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 제공)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의 디스펜서.(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 제공)

주방 운영을 아우르는 웨이브의 기술력은 인적 구성에서도 드러난다. 기술 파트에서 로봇 개발에만 편중하지 않았다. 백 CTO는 “테크놀로지 부서에서도 소프트웨어, 메카니컬 디자인, 로보틱스 등 다양한 인력으로 배치돼 있다”며 “로보틱스에 집중하기 보다는 여러 역량을 가지고 전체 시스템을 빌드업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웨이브는 서울 역삼점, 동대문점, 건국대점 등 3개 배달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샤이바나, 오븐마루, 치킨마루, ASAP피자, 땅땅치킨 등 20~30개 외식 브랜드 음식이 웨이브 로봇 키친 플랫폼에서 조리된다.

김 대표는 올해 안에 조리 과정 내 로봇 비중을 5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최종적으로는 8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김 대표는 “로봇은 단순 반복 작업을 맡는다”며 “플레이팅, 최종 점검 등 20% 정도는 로봇이 할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웨이브는 미국, 영국 등 인건비가 높은 국가를 대상으로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다. 웨이브의 강점인 손쉬운 외식 브랜드 론칭과 빠른 확장력을 내세워 국내 브랜드의 해외 시장 공략을 돕겠다는 포부다.
김 대표는 “웨이브 솔루션을 통해 한국 골목에 자리 잡은 할머니의 손맛이 담긴 보쌈 레시피를 영국 런던에 있는 힙한 20대 모델이 맛볼 수 있다”면서 “음식 콘텐츠의 다양화와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김범진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 대표(왼쪽)와 백승빈 최고기술책임자.(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 제공)
김범진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 대표(왼쪽)와 백승빈 최고기술책임자.(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 제공)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