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칼럼]암호화폐 기반 코인경제

[블록체인 칼럼]암호화폐 기반 코인경제

전통적 경제 생태계는 기존 화폐 기반으로 재화와 서비스가 거래되는 생태계를 지칭한다. 반면에 코인경제는 재화나 서비스 공급자가 의도한 거래 행위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소비자에게 보상으로 공여하는 암호화폐(일명 코인) 중심으로 운용되는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의미한다. 전통적 경제 생태계가 재화 거래만으로 구성된다면 코인경제에서는 재화 거래에 더해 생태계 구성원에게 보상으로 암호화폐를 제공한다. 또 전통적 금융경제에서는 화폐 발행을 정부 및 중앙은행에서만 담당하지만 코인경제에서는 경제 생태계 내부 주체들이 각자의 목적에 따라 스스로 경제 생태계 내에서 사용 가능한 화폐인 코인을 발행한다. 이를 기반으로 주체 스스로 통제 가능한 거래를 할 수 있다.

대표적 코인인 비트코인은 네트워크 운용에 참여해서 일정 작업을 완수한 경우 보상으로 채굴자에게 주어진다. 채굴자는 이를 법정화폐로 환전하거나 타 코인으로 대체 또는 다양한 금융 거래에 포괄적으로 사용한다.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참여자의 노력을 끌어내는 인센티브인 동시에 거래의 신뢰성·신속성과 저렴한 수수료로 기존 법정화폐를 대신하며 개인 간 송금이나 일반 결제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암호화폐는 2009년 등장 이래 전 세계 약 7000만개 소매점에서 온·오프라인 상품 및 서비스 구매가 가능하다. 현재 미국, 유럽, 개발도상국 등에서 약 2만5000곳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통해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등 11가지 주요 암호화폐 구입과 환전을 할 수 있다.

비자나 마스터카드에도 연결돼 카드 결제까지 가능하다. 2021년 비자 비트코인-카드 거래액은 1조원을 상회했다. 코인은 화폐 기능과 더불어 자산 가치를 인정받아 개인은 물론 기관투자가들의 자산운용 핵심 대상이 되고 있다. 2021년 기준 국내 가상자산 투자 금액은 약 24조원으로 코스닥과 코스피를 합한 18조원보다 무려 6조원이 많다.

경제 생태계의 주요 기능인 자본 조달 경로가 법정화폐에서 암호화폐 시장으로 급변하고 있다. 최근 증권형 토큰(STO)에 대한 정부 당국의 긍정적 태도 변화로 코인을 통한 자본 조달 규모는 더욱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인경제 생태계는 암호화폐를 교환할 수 있는 거래소뿐만 아니라 크립토 자산운용사, 커스터디, 선물, 옵션 등 가상자산 기반 파생상품 운용사 등도 급격히 늘고 있다.

은행과 같은 중개자 없이 암호화폐와 스마트 콘트랙트를 통해 개인 간 금융 및 파생상품 거래가 가능한 코인 기반 전자금융(Defi)이 급성장하고 있다.

금융기관에 예치된 2021년 암호화폐 규모는 약 80조원에 이르고 있다. Defi는 400여년 동안 이어 온 법정화폐 기반의 근대 금융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신이다. 취급하는 화폐는 암호화폐이며, 운용 형태는 주도적 중개자를 거치지 않은 당사자 간 블록체인 직거래를 기반으로 한다. 다양한 운용 솔루션과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최근 유니스왑, 컴파운드, 제로엑스의 Defi 모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세게 최대 탈중앙화 거래소인 AAVE의 가상자산 대출을 위한 고객 예치금은 10조5000억달러에 이르며, 전체 Defi 예치금은 54조달러로 추산된다.

자율형 분산 조직인 DAO를 통해 일반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스마트 콘트랙트로 사업 선정 및 운용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비즈니스 모델도 코인경제 산물이다. 코인경제는 화폐의 단순한 디지털화를 넘어 토크나이제이션 혁신으로 진화하고 있다. 디지타이제이션이란 컴퓨터 및 네트워크에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단순 전환을 의미한다. 토크나이제이션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거래가 가능한 디지털 코인 생태계로의 전환을 지칭한다. 디지털라이제이션은 양방향성, 무한 반복성, 복구 용이성, 쉬운 조작과 변형 특징이 있는 반면에 토크나이제이션은 투명성·무결성·투명성·보안성·신속성·익명성·확장성의 장점이 있다.

토크나이제이션은 비트코인과 스마트 콘트랙트로 대표되는 코인경제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 콘트랙트란 프로그램된 코드 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자동으로 계약을 이행하는 자동화 계약 시스템이다. 거래비용과 시간이 단축되고 블록체인 기반으로 금융거래, 부동산, 각종계약, 공증, 개인통관, 이력관리, 전자투표, 디지털 자산거래 등 다양한 형태의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할 수 있다.

코인경제는 이 같은 장점이 있지만 극심한 가격 변동성과 악의적 조작에 의한 스마트 콘트랙트의 위법성에 대한 자생적 대응력은 취약하다. 스마트 콘트랙트 코드는 일종의 법으로, 선의든 악의든 사후 변경이 불가하다. 또 금에 비해 4배 이상의 변동성을 보이는 가격 불안정은 코인경제가 안고 있는 내재적 문제점이다. 가격 불안정성을 완화하기 위한 스테이블 코인이 활용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은 자신의 가격을 법정화폐(USD 등) 또는 타 암호화폐에 연동시켜서 최소한의 가치를 보장한다. 가격 변동이 예상되는 가상자산을 구입한 경우 이를 법정화폐나 비교적 가격 안정성이 높은 타 코인과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으로 전환, 가격 변동 위험을 헤지하거나 거래용 담보대출비율 확보 등에 활용된다.

그러나 이 또한 믿음성 있는 방안이 되지 못해 최근 루나 사태와 같은 코인가격 폭락 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조작적 스마트 콘트랙트 알고리즘에 의한 암호화폐 스테이블링의 불안정성을 그대로 나타내 준 사례다.

코인경제는 기존 법정화폐 중심의 경제 생태계에 혁신을 몰고 왔다. 코인경제와 기존 경제 생태계는 치킨게임이 아니라 병행 공존 관계에 있다. 전 생태계가 중개자나 주관기관 없이 모든 거래를 블록체인으로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블록체인의 특성을 효과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분야의 점진적 도입을 통해 전통 금융과 선순환적인 복합경제를 일궈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당국의 가상자산 경제에 대한 전향적 자세가 다시 한번 요구되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밀한 가이드라인이나 제도의 조속한 정립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글로벌 코인 생태계를 주도할 생태계 성장전략 수립 및 지원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그동안 많은 성과가 있었던 금융 당국의 비조치 의견서 및 샌드박스 제도 등의 확대 개편을 통해 실험적이고 캐주얼한 정책 운영의 과감한 확대가 필요하다. 언제까지 소비자 보호에만 매달리는 금융 정책의 테두리 속에 머물 것인가.

이원부 동국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wblee@dongguk.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