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데이터 혁신을 통한 부동산 사기 해법

[미래포럼]데이터 혁신을 통한 부동산 사기 해법

회사 대표로서 채용을 위한 최종 면접을 담당하고 있다. 최종 면접을 몇 년 진행하면서 열정 가득한 젊은이들, 내일의 빅 밸류를 함께 이끌어 갈 이들에게 항상 던지는 질문이 있다. “10년 뒤 본인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가요?” 다양한 답변이 있었다. 데이터 과학자로서 연구 목표, 전문가 경력 확보, 창업 등.

그런데 놀랍게 최근 지원자에게서 같은 대답이 나온다. “제 집 장만요.” 젊은 청춘이 생각하는 10년 뒤 더 나은 미래는 '집'이라는 데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집값이 사회 문제라는 걸 뉴스나 정책이 아닌 현실로 체감할 수 있었다. 미래를 위해 도전하고 경험을 쌓아야 할 이들에게 집 장만이 이런 무게로 다가오고 있다니.

집 장만이 어려운 이들의 주거 지원을 위해 전세자금 대출 보증제도나 '청년 전세자금 대출' 등 여러 지원 정책이 확대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빌라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린다.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음)조차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집값은 올랐는데 몇 백 채씩 갭 투자를 한 임대인이 빌라 매매 시세를 알기 어렵다는 정보의 사각지대를 이용해서 주변 시세보다 비싼 전세가로 사회 초년생이나 젊은 신혼부부를 임차인으로 들이고 난 뒤 보증금을 갚지 않고 도주하는 일들이 보도되고 있다.

전세 사기는 개인 피해가 아니라 사회적 손실일 수밖에 없다. 전세 사기는 결국 보증 사고로 이어진다. 2021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대위변제 금액은 5040억원 상당, 미회수 금액은 지난 2월 7192억원 상당이다. 이는 매년 급증세다. 무엇보다 전세 사기는 단순히 임대인의 채무불이행 문제가 아니라 복수 공모자에 의해 계획되는 일명 '기획 사기'라는 점에서 가장 큰 사회 문제다. 전세 세입자 개인이 조심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공공 개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전세 보증 심사를 담당하고 있는 HUG가 위험 물건을 거를 수 있다면 국민 피해는 물론 사회적 비용이라는 누수까지 막을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데이터를 활용해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면 어떨까. '금융 사각지대 해소'라는 포부로 금융기관을 위한 서비스를 하는 만큼 데이터 기술로 이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우리는 이상금융거래감지시스템(FDS; Fraud Detection System)이라는 사기방지 모형을 제안했다. 건축물 정보를 토대로 다주택자를 식별하고 이미 금융권에서 사용하고 있는 빌라시세 정보와 매매 및 전세 실거래가를 대조해서 위험 의심 다주택자 정보를 판별할 수 있다. 공기업의 전세보증 심사 단계에서 위험을 감지하고 이를 고지하면 기사에 보도되는 것처럼 갑작스레 전세 보증금을 날리고 거리로 내몰려서 삶을 놓고 싶은 위기를 겪는 임차인 문제를 조금이나마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을까.

지난 정부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 웹3.0 등을 외치며 데이터 혁신을 강조해 왔다. 현 정부 역시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주요 정책 목표로 설정했다.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는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국민, 기업, 정부가 함께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창출하는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국정 운영을 과학화하고, 행정 업무 전반을 디지털 시대에 걸맞게 재설계해서 공무원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는 등 과제도 제시됐다.

대전환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분명 필요한 목표이고 나아가야 할 방향임에는 분명하다. 다만 너무 거시 관점으로 국민적 공감을 얻기에는 조금 무리가 아닐까 싶다. 관심을 얻지 못한 혁신 정책이 힘을 얻을 수 있을지도 우려된다. 무엇보다 데이터 활용과 문제 해결에서 정부 목표는 크지만 혁신 걸음을 체감하기엔 느린 것 같다. 국민이 데이터 혁신을 체감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국민이 맞닥뜨리는 사회 문제를 발굴하고 데이터·인공지능을 활용해서 이에 대한 예방책, 해결책을 수립해 나가는 것이다.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해 정부·공공기관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내부 프로세스를 혁신하는 것 역시 디지털 정부를 체감하는 첫걸음일 수 있다. 물론 혁신을 위한 디지털화, 인공지능 고도화 등 기술 문제를 정부 자체로 해결할 수 없다. 민간기업이 보유한 기술적 해법을 검토하고 수용하는 '혁신적인 마인드'가 필요할 때라 생각한다. '혁신'은 미지의 숲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빠르게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데서 시작된다.

김진경 빅밸류 대표이사·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jin.kim.100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