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 북미 공세... 무대 옮기는 한중 게임대결

내수 시장으로만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게임산업이 규제에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은 중국 최대 게임쇼 차이나조이의 모습
내수 시장으로만 세계 최대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게임산업이 규제에 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은 중국 최대 게임쇼 차이나조이의 모습

중국 대형 게임사 미국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북미·유럽을 판호로 막힌 중국의 대안시장으로 삼고 글로벌 진출하는 국내 게임사와 대결이 불가피해졌다. 국내 게임사가 강점을 지닌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와 이용자간대결(PvP) 콘텐츠가 중국 게임과 겹치는데다 중국 게임사가 앱공정성연대(CAF)등에 가입해 '오픈 앱마켓법(The Open App Markets Act)'같은 미국 내 정책 이슈에도 참여하고 있어 안방싸움보다 힘겨운 싸움이 펼쳐질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다수 중국 게임사가 미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게임사가 강점을 지닌 MMORPG의 북미·유럽 선호도가 낮은데다 워낙 내수시장이 크고 미-중 무역분쟁 분위기 속에 굳이 공격적으로 진출할 이유를 느끼지 못했던 중국회사다.

그랬던 중국 게임사가 최근 중국 정부의 라이선스에 대한 엄격한 적용, 게임 콘텐츠에 대한 자비 없는 검열 그리고 치열한 경쟁과 판호 미발급 등이 겹치자 미국 진출을 추진하는 것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내자판호를 내준 후 8개월간 신규 판호 발급을 중단했다. 올해 4월에 45개, 6월 60건을 발급하는 데 그쳤다. 중국 제2위 게임업체 넷이즈는 지난 주말 '디아블로 이모탈' 중국 출시를 무기한 연기당했고 바이트댄스는 상하이 게임 스튜디오를 해산하는 등 중국 내에서 게임사업을 지속하기 힘든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여기에 18세 미만 청소년들은 일주일에 금, 토, 일요일 3일만 각각 한 시간씩 게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탓에 2021년 총수입 증가율이 3년 만에 가장 낮은 6.4%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강경한 모습에 중국 회사들의 해외 진출, 특히 거대 시장인 미국진출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며 “소규모 게임사일수록 판호가 나오는 양이 줄어 심각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국내 게임사들과 미국 시장 점유율을 둔 경쟁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한국 게임은 판호로 닫힌 중국 게임시장 대신 미국-유럽 시장을 노리고 있다. 수년 간 대결을 펼친 안방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경쟁이 진행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미국지사를 보유한 퍼펙트월드나 최근 텍사스에 첫 게임스튜디오를 설립하는 넷이즈 등 공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여기에 정책적인 결정에도 목소리를 낸다. XD는 에픽게임즈와 스포티파이가 주도하는 CAF에 가입해 입법 추이를 주시하는 등 국내기업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미국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한국게임과 중국게임은 비슷한 수준과 콘텐츠를 가지고 있어 현지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국보다 불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 게임이 다양한 게임과 막대한 자본을 미국시장에 투사하면 오히려 MMORPG 시장 파이가 커질 테고 높아진 대중 인지도만큼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게임과 비슷한 중국게임이 대규모로 미국시장에 뿌려진다면 비슷한 게임, 장르의 이용자 인지도가 높아질 것”이라며 “전체적인 파이가 커지면 우리 게임도 대중에게 선보여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