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칼럼]다시 돌아온 택시합승이 가져다 준 희망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40년 만에 택시 합승이 돌아왔다. 1인당 국민소득이 2000달러에도 못 미치던 1970년대의 열악한 교통서비스 대명사인 택시 합승이 국민소득은 3만5000달러를 넘어섰고 공식적으로 선진국 대우를 받는 2022년 대한민국에 다시 등장하다니 매우 의아하다. 특히 밤늦은 귀갓길에 “따블, 따따블”을 외치던 합승의 추억이 여전히 생생한 중장년층에게는 합승 강요, 요금 분쟁, 불미스러운 사고 등 택시 합승을 금지해야만 한 그때 그 시절의 상황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20세기형 택시 합승'은 승객의 의사와 상관없이 운전기사가 승객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보니 차량이 자주 정차하고 통행 경로 또한 자의적이어서 요금 시비가 빈번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승객은 모르는 사람과의 동승에서 오는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택시 범죄에도 노출되기 쉬운 상황이었다. 택시 합승이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택시 승차난 완화와 시민 부담 경감이라는 장점이 있음에도 정부가 택시 합승을 전면 금지한 것은 이러한 불법적 요소와 시민 불편 때문이었다. 한편 정부 조치가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 2000달러를 돌파하기 바로 직전인 1982년이었다는 점은 급속한 경제성장 과정에서 택시 서비스에 대한 시민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반영했다고 볼 수도 있다.

반면 지난해 7월 개정된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택시 발전법)에 따라 '21세기형 택시 합승'이 새롭게 합법화된 데는 바로 놀라운 국내 정보기술(IT)이 있었다. 중개 플랫폼(호출 앱)은 합승을 원하는 승객들의 통행 시·종점과 이동 경로를 바탕으로 최적의 동승자를 매칭한다. 즉 합승 선택권을 택시 기사가 아닌 '택시 승객'이 갖는 것이다. 고도로 발달된 모빌리티 기술로 정확히 계산되는 요금은 택시 기사와 동승자 간 요금 분쟁을 원천적으로 방지한다. 그리고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승객 신원 검증과 사후 관리는 합승에 대한 불안감 해소와 잠재적 택시 범죄 방지에 매우 효과적이다. 첨단 모빌리티 기술로 무장한 획기적인 택시 서비스는 검찰 기소까지 당한 '타다 사태' 이후 화려하게 등장했다.

하지만 새로운 택시 서비스는 여태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2021년 말 기준 3곳에 불과한 플랫폼 운송사업자들의 허가 대수를 모두 합쳐도 총 420대에 불과하다. 정부가 플랫폼 사업을 운송·가맹·중개 3가지로 나누고 사업유형별로 꼼꼼하게 준비했는데 결국 '플랫폼 택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는 데 그친 것은 왜일까. 이는 정부 대책이 '차량공유' '택시면허제'라는 택시 업계와 모빌리티 스타트업 간 갈등의 본질을 여전히 외면하고 있기 떄문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택시발전법'에서 각각 규정하고 있는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와 '택시면허 총량'을 새롭게 정비하지 않는 한 현재의 갈등 해결은 요원하고 국내 모빌리티 산업은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이번에 재개된 택시 합승이 심야 택시 대란을 해결한다고 보지 않는다. 개선 효과도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조치가 너무나 반갑고 희망적인 것은 지난 2013년 '우버'부터 '풀러스' '타다'를 거쳐 2021년 '플랫폼 택시'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엉킨 실타래처럼 꼬인 모빌리티 혁신 문제를 풀어 가는 중요한 실마리를 보여 주기 때문이다.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는 택시 수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택시 공급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출퇴근과 심야 귀가 때 부족한 택시 공급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신규 택시 면허를 무더기로 발급할 수는 없다. 택시 공급 과잉으로 인한 시장 실패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택시 시장에서의 심각한 수급 불일치 문제 해결은 택시 자체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오래전에 증명됐다. 탄력적인 공급이 가능한 모빌리티 서비스가 투입돼야만 한다. 정부가 '21세기형 택시 합승'에서 보여 준 창의성과 진취적 의지라면 문제 해결이 멀지 않아 보인다. 희망이 보인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jeongwho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