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선]바이오, 핵심으로 진격할 때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백신과 바이오 분야 4개 기술을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핵심전략기술로 추가했다. 산업부가 추진하는 100대 소부장 핵신전략 기술에 바이오 기술이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선정된 바이오 소부장 핵심전략기술은 △백신제조용 핵산(mRNA, DNA 등), 단백질, 바이러스 벡터 제조기술 △백신 제형화에 필요한 지질나노입자(LNP), 면역증강제 등 기초소재 제조기술 △세포 유전자 치료제 제조용 세포, 바이러스 벡터 제조기술 △세포 배양을 위한 배양기기(바이오리액터, 담체) 및 배지 제조기술이다. 백신과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핵심 기술이다.

해당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는 으뜸기업 신청 자격 부여, 환경·고용 규제 완화 특례, 국내외 소부장기업 출자·인수 세액공제, 국가기술개발 과제 민간부담금 완화 등 지원이 가능하다. 그동안 바이오 산업 무대 전면에 나서지 못한 관련 기업에 좋은 기회다.

바이오 산업은 흔히 제2 반도체 산업으로 불린다. 부가가치가 높다는 점 외에도 바이오와 반도체 산업은 많은 면에서 닮았다. 우리나라 입장에서 긍정적인 것은 양 산업 모두 국내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등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가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공급망 핵심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과 설비를 갖추고 글로벌 빅파마(대형제약사) 파트너로 자리 잡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

반면에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이 극복해야 할 점은 블록버스터 신약 부재와 원부자재(원료나 원료 만드는 재료) 의존율이다.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는 아직 세계시장을 제패한 신약을 내놓지 못했다.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 같은 복제약이 주력이다. 수많은 업체가 혁신 신약에 도전하지만 여전히 가능성 영역으로 남아 있다.

또 바이오의약품을 생산하는 원부자재의 국내 자급률은 채 10%가 안 된다. 특히 레진, 배지 등 주요 바이오의약품 원부자재 수입률을 100%에 가깝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점유율이 한 자릿수이고, 핵심 소부장 국산화율이 여전히 낮은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의 남은 과제는 분명해 보인다. 산업 핵심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원부자재 등 관련 소부장 산업의 국내 자급률을 높이고 혁신 신약을 내놓는 것이다. 쉽지 않은 문제지만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언제든지 위기를 맞을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바이오 산업은 반도체 산업이 겪는 시행착오를 반면교사 삼아 초반부터 장애물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이미 주요 선진국은 코로나를 기점으로 바이오 의약품과 관련 원부자재를 전략물자화했다. 우리나라 정부와 바이오 업계가 코로나19 팬데믹 직후 백신과 원부자재를 확보하지 못해 곤란을 겪은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코로나, 원숭이두창 등 연달아 세계를 휩쓰는 전염병이 창궐하며 자국 내 바이오 기술과 물자를 단속하는 분위기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부에 앞서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최근 '바이오 소부장 테스트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쓸 만한 국내 바이오 소부장 기업을 찾고 키우자는 취지다. 이처럼 민·관이 합심한다면 선진국 수준의 바이오 기술 내재화가 불가능하지 않다. 새 정부가 초반부터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 주길 기대한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