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 생산 '지르코늄-89' 아프리카 수출...말라리아 치료에 쓰여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자체개발한 자동생산시스템을 이용해 지르코늄-89를 생산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자체개발한 자동생산시스템을 이용해 지르코늄-89를 생산했다.>

우리나라에서 자체 생산한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가 처음으로 아프리카 현지 신약 개발에 쓰인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산하 첨단방사선연구소가 '지르코늄-89(Zr-89)'를 남아공원자력공사(NECSA, 이하 넥사)에 수출했다고 27일 밝혔다. 우리나라가 아프리카에 방사성동위원소를 수출한 첫 사례다.

원자력연은 지난해 10월 넥사와 맺은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및 이용연구에 대한 MOU' 일환으로, 이번 수출을 무상으로 진행했다.

원자력연 가속기동위원소개발실의 박정훈 연구원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 지원을 받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연계해 이번 성과를 이뤄냈다.

넥사는 말라리아 기생충에 감염된 세포만 선택적으로 찾아내 제거하는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이번에 수출한 지르코늄-89를 도입하면, 몸속 감염 세포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해 치료에 필요한 영상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방사성동위원소는 계속해 방사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현재 위치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방사성동위원소와 결합한 물질 위치, 이동경로, 양 등을 쉽게 측정할 수 있는 이유다. 같은 원리로 추후 넥사에서 개발한 치료제 효능을 검증할 때도 수출한 방사성동위원소가 활용된다.

지르코늄-89는 반감기가 3.3일로, 몇 시간에 불과한 다른 동위원소보다 몸속에 오래 머물러 질병을 정확하게 진단해 의료용 동위원소로 주목받는다. 원자력연은 지난해 지르코늄-89를 대량 생산하는 자동화장치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바 있다. 지르코늄-89를 99.9% 고순도로 하루에 200밀리퀴리(mCi) 이상 공급하는데, 이는 세계 최대 수출국인 네덜란드와 동등한 수준이다.

이번 수출 물량은 실험 1주기 분량인 10mCi로 말라리아 감염세포 추적실험에 바로 활용된다. 이후 국제원자력기구의 국제공동연구 프로그램(CRP) 지원을 받아 정기 공급될 계획이다.

박원석 원자력연 원장은 “이제 국산화를 넘어 국제시장 진출을 논의할 때”라며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기술로 세계인 건강 복지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