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유통칼럼]위기의 플랫폼

한때 '국민주'로 추앙받으며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던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 하락이 심상치 않다. 6월 27일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네이버는 24만원대, 카카오는 7만1000원대에 거래 중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고점(46만5000원) 대비 50% 가까이 내렸다. 카카오 역시 지난해 고점(17만3000원)보다 약 60% 폭락했다. 이들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35% 이상 내리면서 15% 내린 코스피 지수보다도 훨씬 더 많이 빠졌다.

지난해 46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8조2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던 금융 플랫폼 비바리퍼블리카(토스)의 투자유치(Pre-IPO)가 늦어지면서 상장 시기 및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저금리 기조로 유동성이 넘치던 시기에 몸값을 빠르게 높여 왔지만 금리인상기로 접어들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되자 기업가치 거품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비바리퍼블리카는 애초 계획보다 상장 시기를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모빌리티 플랫폼 쏘카는 지난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국내 유니콘기업 최초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상장 절차가 예정대로 진행되면 쏘카는 8월 중순경 1조원을 약간 상회하는 기업가치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 하지만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기업인 우버의 주가가 최근 3개월간 30% 이상 하락했고, 국내에서도 경쟁기업인 롯데렌탈의 주가도 많이 떨어져 쏘카의 상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시장을 비롯한 금융시장의 침체로 SK쉴더스, 원스토어 등이 잇달아 상장을 철회한 상황에서 쏘카의 도전은 현재 국내에서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은 물론 스타트업 전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쏘카의 IPO 흥행 여부에 따라 스타트업 투자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으로 고공행진을 거듭하던 플랫폼 기업들이 최근 글로벌 경기 침체와 급격한 금리 인상 여파로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상장을 추진하다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실패해 상장계획을 철회하는 기업이 속속 나오고 있다. 투자 유치가 무산돼 향후 생존이 불투명한 기업도 점차 늘고 있다. 상장기업도 예외는 아니어서 주가 폭락으로 인해 주주들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플랫폼과 같은 성장주는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미래 기업가치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훨씬 더 큰 타격을 받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 인상)을 단행하면서 플랫폼 대장주의 급락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당분간은 이러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버블 논란에도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하던 플랫폼 기업 중에서도 천문학적인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으며 시장점유율을 높여 가던 플랫폼 기업이 직격탄을 맞는 느낌이다.

플랫폼 기업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진행한 소프트뱅크는 스타트업 투자를 이전 분기보다 최소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플랫폼 자본주의'의 저자이며,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대에서 디지털 경제를 가르치고 있는 닉 서르닉은 최근 한 세미나에서 급속도로 위축된 투자환경으로 플랫폼 기업들은 생존경쟁에 내몰릴 것이며, 이 틈을 타고 오히려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리바바 등과 같은 글로벌 거대 플랫폼들이 활발한 M&A 등을 통해 사업 확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향후 빅테크 기업들의 경쟁자가 줄고 영향력이 강화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들의 설 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중국 정부가 플랫폼 기업의 육성 기조를 밝히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텐센트, 알리바바, 바이두, 징둥, 메이퇀 등 중국 플랫폼 기업들의 족쇄를 풀고 있다. 이에 주가 상승 및 사업 확대를 전망하는 애널리스트 분석자료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도 우리나라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지원은커녕 규제를 위한 논의만 하고 있다. 그것조차 방향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규제를 담당할 소관 부처도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그동안 논의되던 온라인 플랫폼 법안 제정은 답보 상태에 있다. 쟁점 사항인 알고리즘 기준공개에 대한 의견도 분분한 상태다. 지난 5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플랫폼 기업 1078개 중 단지 29개만이 해외에서 매출을 올리는 수준으로 걸음마 단계이며, 그나마 금액도 미미하다.

규제는 답이 될 수 없다. 규제로 커다란 변화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으며, 단지 약간 늦추거나 오히려 더 강한 내성을 갖게 할 뿐이다.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이미 메타버스를 넘어 우주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테크크런치와 CB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도 지난 5월에만 평균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세계적으로 약 50개의 새로운 유니콘이 탄생했다.
물가는 급등하고 경기는 하락하고. 국내외 금융·외환시장은 요동치고 있는 복합경제 위기 상황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체력도 체질도 굉장히 악화됐다. 이제는 과거 대기업 중심, 정부 주도의 발전 모델로는 더 이상 경제 회복이나 발전을 꿈꿀 수 없다. 위기 상황에서 우리 경제는 스타트업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 오늘도 힘든 상황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는 모든 스타트업, 플랫폼 기업을 응원한다.

[플랫폼유통칼럼]위기의 플랫폼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hsryou60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