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나노 GAA시대]설계부터 소부장까지 '생태계' 바뀐다

팹리스·소부장 기업 진입장벽 높아져
기술투자 확대·업종간 협업 필수로
중소팹리스 접근성 높일 방안 찾고
신소재 개발·장비 국산화 속도 높여야

[3나노 GAA시대]설계부터 소부장까지 '생태계' 바뀐다

삼성전자가 3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 시장의 문을 열면서 파운드리를 둘러싼 모든 생태계 변혁이 예상된다. 반도체 설계부터 파운드리를 움직이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까지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경쟁력으로 승부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특히 취약한 국내 반도체 생태계로는 3나노 GAA 시대를 대응하기 어려워 해외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3나노 GAA 시대에 걸맞은 기술 경쟁력 확보와 사업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반도체 설계 비용 급증…'부익부 빈익빈' 우려

반도체 산업의 시작인 설계 분야에서는 비용 증가가 가장 큰 문제다. 시장조사업체 IBS에 따르면 3나노 공정으로 반도체를 설계하려면 최대 5억9000만달러 비용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5나노(4억1600만달러), 7나노(2억1700만달러)와 견주면 천문학적인 비용이다. 실제 비용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지만 비용 급등은 피할 수 없다.

이같은 현상은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툴과 반도체 설계자산(IP) 비용이 급격히 뛰기 때문이다. 첫 설계 비용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소프트웨어(SW) 비용이 차지한다. 또 초미세 공정으로 전환될수록 설계에 투입되는 인력도 급증한다. 5나노 공정 반도체만 하더라도 설계에 100명 이상 인력이 필요하다. 3나노 공정에서는 이보다 많은 설계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설계 비용이 천정부지로 뛰다보니 중·소규모 반도체 팹리스는 3나노 공정을 활용한 반도체 개발에 엄두를 내기 쉽지 않다. 삼성전자, 애플, 퀄컴, 브로드컴, 미디어텍 등 반도체 설계 강자가 아니면 3나노 시장 진입이 어렵다는 의미다. 대규모 설계 비용 투자가 3나노 공정 활용의 선결 조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설계 업계 관계자는 “3나노 반도체 IP도 해외 기업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특히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최적화된 IP는 일부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고 밝혔다. 파운드리의 IP 정책과 클라우드를 통한 EDA 툴 접근 환경 고도화 등으로 진입 장벽을 낮춰야 3나노 생태계가 탄탄해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3나노 맞는 소재 혁신 필요

3나노 GAA 공정은 소부장 산업에도 대변혁을 요구한다. 기존 공정에 사용했던 소재로는 3나노 이하 공정을 제대로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회로 선폭이 워낙 짧아졌기 때문에 소재 물성과 성능 개선이 선결돼야 안정적 3나노 GAA 공정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대표 소재로 언급되는 것이 금속 배선용 구리와 베리어 메탈이다. 회로 패턴이 그려진 후 전기 신호가 잘 전달되도록 전기 길을 열어주는 것이 금속 배선 공정이다. 기존에는 알루미늄이 주로 쓰였다. 그러나 보다 낮은 저항으로 전력 소모를 줄이고 소재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현재는 구리로 대체됐다.

회로 패턴이 보다 미세화된 3나노 공정에서는 구리 또한 역부족이란 의견이 나온다. 보다 저항을 줄일 수 있는 신소재로 대체가 필요한 상황이다. 코발트 등이 대안으로 제기되지만 분쟁광물 특성상 산업계에서 본격 활용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

베리어 메탈은 금속 배선과 실리콘이 섞이는 것을 방지한다. 티타늄(Ti), 질화실리콘(SiN) 등을 활용한다. 베리어 메탈도 저항을 낮춰 전력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소재가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후면전력공급(BSPD)' 기술로 전력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트랜지스터에 전력을 잘 전달하도록 금속 배선 등을 반도체 후면에 배치하는 기술이다. 아직까지 양산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파운드리에서 요구하는 특성과 성능에 맞춰 소재 업체가 소재를 개발, 공급해왔다. 하지만 3나노 공정 생태계 전체가 신소재 발굴에 집중하는만큼 소재 업체의 선행 기술 연구가 매우 중요해졌다. 소재 업체가 3나노 공정에 맞는 소재를 선개발, 파운드리에 제안하는 방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국산 장비 3나노 진입 어려워…파운드리 대응력 높여야

3나노 공정 전환은 취약한 국내 반도체 장비 업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 국산화율은 20% 수준으로 알려졌다. 메모리용 장비가 대세로 파운드리 시장은 계측·테스트 분야에 한정적으로 진입해있다. 주요 반도체 제조 공정은 어플라이드, ASML, 램리서치, TEL, KLA 등 외산 장비에 의존하고 있다.

3나노 공정에서는 이러한 외산 장비 의존도가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외산 장비 업체는 삼성전자 3나노 공정에 맞춰 장비를 선 개발하고 이미 공급을 완료한 상황이다. 이에 반해 국산 장비는 주요 공정에 제대로 장비 납품을 못하고 있다.

국산 장비의 첨단 공정 진입장벽 중 하나로 반도체 소재가 손꼽힌다. 글로벌 장비 회사들은 저마다 소재 개발 협력 생태계가 구축돼 있다. 첨단 공정에 최적화된 소재 특성에 맞춰 장비를 개발, 3나노 공정과 같은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국내에는 '반도체 장비-소재 간 협력 체계'가 취약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개최된 '반디포럼'에서 정순문 삼성전자 고문은 “수율 확보 등 첨단 공정 생산성을 높이려면 소재와 함께 가야지 반도체 장비만으로는 어렵다”면서 “소부장 기업이 제품을 설계할 때부터 이러한 부분을 고민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