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약물 과다 복용 원인 '세기의 범죄'일까

웨이브 독점 HBO 다큐멘터리 세기의 범죄
<웨이브 독점 HBO 다큐멘터리 세기의 범죄>

지난해 미국에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었다.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중독 문제 심각성이 커지자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를 공중보건 비상사태로 규정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 또한 불법 마약 거래 관련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HBO 다큐멘터리 '세기의 범죄'는 이 같은 중독 사태 원인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실제 제약산업에 종사했던 사람, 의사, 판매원 생생한 증언으로 사건 이면을 고발한다.

마약성 진통제, 이른바 오피오이드는 양귀비의 꼬투리에서 채취한 아편을 원료로 한다. 양귀비에서 직접 추출한 천연 알칼로이드, 천연 알칼로이드에서 유도한 반합성 알칼로이드 그리고 처음부터 화학 약품에서 합성한 성분 모두를 총칭한다.

마약성 진통제는 인간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으로 등장했다. 진통제는 중추신경계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작용해 통증 자극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억제한다. 진통 효과로 주로 말기 암 환자나 수술 직후 환자 등에 한해 처방한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이 약은 미국에서 만병통치약으로 과용되기 시작한다.

오피오이드 사태 배후에는 미국의 제약회사, 의사, 정부의 철저한 계획이 있었다. 1952년 작은 제약회사 '퍼듀 프레데릭'을 인수한 새클러 가문은 홍보와 사기를 넘나드는 영업 방식으로 안정제 시장을 선점했다. 이익 창출을 위해 기존에 판매하던 모르핀 계열 진통제보다 더욱 강력한 '옥시코돈'에 주목했다. 그렇게 합성 마약제 '옥시코돈'에 약물의 지속력을 높이는 코팅 기술이 더해져 마약성 진통제 '옥시콘틴'이 탄생했다.

퍼듀 제약회사는 약물 부작용을 축소해 공표했다. 퍼듀로부터 뇌물을 약속 받은 식품의약국은 승인했다. 국가에서 인증한 '이 약은 흡수를 지연시켜 오용 가능성을 줄인다'는 설명서 한 줄을 근거로 많은 판매원은 의사에게 마약을 권장했고 의사 역시 대중에 적극적으로 진통제를 처방했다. 약물 오남용 가능성을 알면서 저지른 행동이었다.

가장 큰 부작용은 중독이다. 환각, 기억 상실 등 부작용과 투여 중지 시 금단 현상을 일으키며 모르는 사이 중독 과정을 겪게 된다. 환자들은 더 강한 효과를 위해 불법 마약 구매를 하기 시작했다. 멈출 수 없는 중독은 오피오이드 과다 복용으로 이어졌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999년부터 2019년까지 약 50만명 미국인이 이로 인해 숨졌다고 발표했다.

지방 정부는 관련 업체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을 포함한 미국 3대 유통업체는 약 30조원이라는 합의금을 지불키로 했으며 퍼듀 파마 역시 지역 사회에 마약성 진통제를 유통한 유죄를 인정했다.

약물 중독과의 전쟁은 진행 중이다. 인간 통증을 인질로 탄생한 합법적 마약, 이를 판매했던 장사꾼들의 민낯을 고발하는 HBO 다큐멘터리 '세기의 범죄'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