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발사 이후 45년째 비행 중인 우주 탐사선, '보이저호'가 은퇴를 앞두고 있다.
최근 사이언티픽아메리카 등 현지 언론은 미 항공우주국(나사)이 올해 보이저호의 전력을 서서히 줄여나가는 '셧다운'에 도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이저호는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 발전기(RTG)라는 일종의 원자력 배터리 힘으로 구동되는데, 연간 4와트씩 에너지가 감소하며 수명이 다 돼가고 있다. 나사는 보이저호의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일부 시스템의 전원을 끈 상태로 운영해왔지만 이 또한 세월을 거스르기엔 부족했다.
반백 년이 다 되도록 지속된 보이저호의 임무는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지만 그간의 성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보이저호는 애초 1977년 발사될 때 목성과 토성을 탐사하는 4년 프로젝트로 출발했지만 1989년 성간우주(Interstellar space) 탐사로 목표가 전환돼 45년째 탐사 활동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의 우주 탐사선 중 가장 멀리 진출한 보이저 1호는 현재 지구에서 약 233억㎞ 떨어진 성간 우주를, 보이저 2호는 약 195억㎞ 떨어진 곳을 비행 중이다. 빛의 속도로 날아가도 약 22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보이저호가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카메라 장비를 끄기 전, 긴 여정 동안 지구로 전송한 이미지들을 모아봤다. 보이저호는 1979년 목성에 근접했다. 목성의 위성인 '테베', '메티스' 등을 발견하고, 특히 이들 가운데 '이오'에서는 용암이 300㎞ 가까이 흘러나오는 모습을 찍어 위성의 화산활동을 처음 확인했다.
1980~1981년엔 토성을 지났다. 보이저호는 토성 대기의 대부분이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토성의 고리가 복잡한 구조라는 것도 처음으로 확인시켜줬다.
토성의 위성인 '엔셀라두스'를 표면까지 상세하게 포착한 사진이 아름답다.
보이저 2호는 1986년 태양계 7번째 행성인 천왕성에 도착했다. 오묘한 색상의 천왕성을 근접비행하며 그 모습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지구인에게 보여줬다.
1989년 여름, 보이저 2호는 해왕성을 관측한 최초의 우주선이 됐다. 마지막 목표 행성이었던 해왕성과 그 위성 '트리톤'의 거친 표면까지 상세하게 포착했다. 보이저호는 이듬해인 1990년 인류 역사상 가장 철학적인 천체사진으로 꼽히는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의 지구를 촬영한 뒤 에너지 절약을 위해 카메라를 완전히 끄게 된다.
앞으로 보이저호가 남은 전력을 모두 소진하게 되면 지구와의 통신은 영원히 끊긴다. 하지만 전원이 꺼진 후에도 이들의 임무는 계속된다.
나사에 따르면 약 300년 후 보이저호는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는 '혜성들의 고향' 오르트 구름 언저리에 이른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 '프록시마 켄타우리'에 도착하는 시점은 1만 6700년 후다.
보이저호가 외계인을 만날 수 있을까. 보이저호에는 출발 당시 싣고 간 '황금 레코드판'이 있다. 이 판에는 지구상의 생명과 문화의 다양성을 묘사하기 위해 60개의 언어로 된 인사말과 이미지, 음악 등이 담겼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