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대학포럼]〈77〉중소·중견기업 인력난, 조기취업형계약학과에서 답을 찾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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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청년 실업률이 지속 증가, 사회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중소·중견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근무환경 차이, 무엇보다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으로 젊고 유능한 인재가 지원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산업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중소·중견기업에 기업맞춤형 인재 공급이 절실하다.

2018년 8월 교육부는 조기취업형계약학과 선도대학 사업을 공모했다. 중소·중견기업이 강한 독일식 산학협력교육모델 'DHBW'를 벤치마킹한 사업으로, 기존 방식과 차별화한 새로운 교육 모델이었다. DHBW는 독일의 집중적 직업교육훈련과정으로, 대학과 기업이 학생을 선발하고 대학과 기업을 오가는 방식으로 교육해서 협약한 중소·중견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독일은 1974년부터 DHBW 교육 모델을 도입해 현재 3만4000명의 재학생 및 9000여개 기업과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등 기업 맞춤형 젊은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이는 독일 중소·중견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원천 중 하나다.

조기취업형계약학과 학생은 입학 전에 본인이 원하는 학과와 회사를 선택·지원해서 대입전형을 통해 취업과 입학을 확정한다. 1학년 때 대학에서 현장실무에 필요한 이론과 실습교육을 집중 이수한다. 2학년 때부터 입학 전 취업이 확정된 기업에 정규직 사원으로 근무하며, 주중 야간 2~3일 또는 주말을 이용해 학업을 병행해서 3년 만에 4년제 정규학사학위 과정을 마친다. 학생 선발부터 졸업까지 모든 교육과정을 학교와 기업이 함께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조기취업형계약학과 사업은 기업, 학생·학부모 모두에게 긍정적이다. 기업 입장에선 학생이 2학년 때부터 최소 3년 이상은 근무하기 때문에 입사 후 1년 이내 이직률이 감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둘째 기업이 교육과정편성 및 교육에 직접 참여, 맞춤식 실무교육이 가능하다. 셋째 신입사원 재교육 비용과 시간을 절감할 수 있으며, 우수 인재 조기 확보에 용이하다.

이와 함께 지원 학생·학부모 입장에선 등록금 부담이 줄어든다. 학위 취득과 취업이 동시에 가능하며, 3년 만에 4년제 공학사 학위를 취득한다. 1학년 등록금 전액과 추가 장학금(400만원)이 국비로 지원되고, 2학년 때부터는 정규사원 급여 이외에 등록금의 50~75%를 지원받는다. 졸업 후 이직을 원할 경우 대졸 학력과 3년의 실무경력을 취득한다. 동일한 연령의 일반 4년제 대학 졸업생과 비교하면 이것은 큰 경쟁력이다.

새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 중 '조기취업형계약학과 사업 확대'가 세부 과제로 명시된 것은 고무적 일이다. 지난 4년간 추진 과정에서 미흡했던 부분을 보완해 윤석열 정부에서 계승·발전시킨다면 혁신적 산·학 협력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중견기업에 맞춤형 인력 공급으로 인력난을 해소하고, 대학교육과 현장실무교육 미스매치를 줄이는 교육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학생은 중소·중견기업 실무 엔지니어로서 양질의 취업과 부모의 경제적 도움 없이 대학 졸업, 경제적 독립, 실무경력을 누릴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우리나라 대학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수도권 집중화로 지역대학의 어려움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기취업형계약학과 사업모델은 지방대 경쟁력 강화에 혁신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역의 대학과 기업 중심으로 지역 인재가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 지방대 경쟁력 강화와 중소·중견기업 인력난 해소와 국가 경제 발전의 한 축으로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박광서 경일대 교수, 전 조기취업형계약학과사업 단장 aca2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