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새 지방행정 시작, '공간정보'

[미래포럼]새 지방행정 시작, '공간정보'

조선시대 지방 공직자의 마음가짐을 제시한 정약용의 대표 저서 '목민심서'(牧民心書)는 '부임육조'(赴任六條), 즉 목민관(수령)이 새로 부임하였을 때 명심해야 할 여섯 가지 사항을 언급하면서 시작한다. 그 가운데 제6조에 해당하는 '이사'(事)에서는 부임 후 새롭게 마련해야 할 네 가지 사물을 제시하고 있다. 민원을 경청할 수 있는 '북', 체계적 업무 계획 수립을 위한 '달력', 책임 있는 결재를 위한 '도장'과 함께 새로운 '지도'를 그릴 것을 언급한다.

“이튿날 경험 많은 아전을 통해 화공을 불러서 그 고을의 사방 경계를 표시한 지도를 그리게 한 뒤 관아의 벽에 걸도록 하라.”(厥明日召老吏 令募畵工 作本縣四境圖 揭之壁上) 이는 신임 목민관으로서 지도를 통해 갓 부임한 고을의 풍속을 살펴야 하고, 도처에 산재한 온갖 사정을 헤아려야 하며, 아전과 백성들이 통행하는 길도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7월 1일 자로 민선 8기 광역 및 기초 지자체장의 임기가 시작됐다. 각종 공약을 제시하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 선출된 만큼 이제부터는 새로 부임한 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과제와 실행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신임 지자체장은 지역 단위의 현안을 살피고 지역 내 주민과 산업의 분포를 헤아려서 지역 균등 발전, 차별 없는 핀셋 복지, 지역 특성을 살린 동반성장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임무와 책임을 맡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대다수 공공행정이 국토라는 공간정보와 연관돼 있지만 특히 지자체 행정은 지역이라는 단위 공간정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련성을 띠고 있다. 행정은 지역의 땅과 물과 공기를 기반으로 해서 그 속에 주민의 삶과 산업 경제가 숨쉴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이다. 이것을 단순한 표, 텍스트 형태의 현황통계, 보고자료만으로 관리하는 것은 오래된 관행에 불과하다. 이제는 정보를 행정구역별·위치별·주민밀집지역별·산업시설별 등으로 지도 위에 시각화해서 열람하고, 이를 기반으로 공감과 소통을 위한 공간정보 기반의 의사결정 지원 환경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많은 지자체가 공간정보 활용 환경을 미처 갖추지 못한 상태며, 비록 이미 구축해서 운영하고 있다 하더라도 몇몇 서비스모델과 주제도 표출에 그치는 보여주기식 지도 서비스 형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과 관련된 다수의 행정자료는 여전히 표와 텍스트 형태로 담당 공무원의 컴퓨터 폴더 내에 머물러 있거나 서랍 안에 보관돼 있다. 정보를 쉽게 공간정보화해서 지도 위에 표출하고, 이를 서로 공유하며, 다양한 행정정보의 융복합을 통해 새로운 행정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공간정보 플랫폼이라고 이른다.

과거에는 공간정보 시스템을 독자적으로 구축하는 데 많은 비용과 기간이 소요됐다. 당장의 행정업무에 보탬이 되기보다는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고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부담되기도 했다. 자체적인 공간정보 시스템 구축은 실효성 문제에 부닥치고, 예산 수립 과정에 당장 해결해야 할 현안에 비해 뒤처지면서 우선순위에서 밀리곤 했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국토교통부에서는 K-Geo 플랫폼이라는 국가 공간정보 활용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클라우드 환경을 이용해서 국가공간 데이터를 통합 제공하고 공간정보 표현 및 분석 등이 가능한 각종 기능을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시한다. 또 LX한국국토정보공사 역시 LX국토정보플랫폼과 LX디지털트윈플랫폼을 구축해 클라우드 환경에서 활용도 높은 공간 데이터와 사용자 맞춤형 포털 생성, 손쉬운 웹앱 제작, 각종 공간정보 기능 활용 여건 제공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제는 굳이 독자 시스템 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을 이유 삼지 않아도 되며, 외산 소프트웨어에 의존하던 기술장벽이나 수시로 바뀌는 유지관리 담당자에 따른 업무 연속성 확보의 어려움을 토로하지 않아도 된다. 클라우드 환경의 전산 자원과 공통적인 공간정보 구현 기능을 제공 받아 각자의 지자체에 맞는 공간정보 플랫폼을 구축하고, 전문기관을 통해 유지관리 및 운영을 지원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충청북도는 LX국토정보플랫폼의 클라우드 환경을 이용해 '플랫폼 마루'라는 공간행정 기반을 마련, 운영 중이다. 이 공간정보 플랫폼을 통해 각 부서의 담당 공무원들이 자신의 행정자료를 공간정보화해 도내 다른 공무원들과 공유하고, 공유된 자료에 자신의 보유 자료를 융복합해 공간적으로 분석해 보고, 이를 통해 행정 의사결정에 필요한 다양한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다. 부동산 정보와 산업단지 정보, 각종 공유재산 정보와 지역통계 정보를 열람하고, 이를 토대로 지도 환경 내에서 스토리텔링 방식의 브리핑을 할 수 있도록 운영 중이다.

조선시대에는 새로 부임한 목민관이 관아의 벽에 걸어둘 지도를 준비했다면 요즘 시대에는 공간정보 플랫폼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예산 부담이나 업무 증가 차원에서의 검토보다는 데이터 기반의 공간행정 운영에 대한 추진 의지만 있다면 공간정보 플랫폼 도입이 가능한 환경이 마련됐다. 진정한 디지털 플랫폼 정부의 출발은 지자체의 공간행정체계 마련에서부터 시작된다.

김학성 웨이버스 대표이사 hskim@wav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