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첫 '빅스텝'… 금리 0.5%P 인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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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했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연 1.75%에서 2.25%로 단숨에 뛰어올랐다. 한은은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50bp(1bp=0.01%P) 인상한 2.25%로 운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은이 금리를 한꺼번에 50bp 올린 건 1999년 기준금리 도입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금리 인상은 금통위원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4월과 5월 금리를 25bp씩 올려 역대 처음으로 3회 연속 인상 기록도 썼다. 기준금리가 2%를 넘은 건 2014년 이후 약 8년 만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은이 '가 보지 않은 길'을 선택한 가장 큰 배경은 역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물가가 3%대에서 5%대로 되는데 7개월이 걸렸는데 6%를 찍는 데는 단 1개월밖에 안 걸렸다. 연간 상승률도 지난 5월 전망치(4.5%)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물가 정점 시기로 올 3분기 후반이나 4분기를 꼽았다. 다만 물가가 완만하게 떨어져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봤다.

한은, 첫 '빅스텝'… 금리 0.5%P 인상

빅스텝은 '강달러'에 대응한다는 의미도 있다. 주요 6개국의 통화와 달러 가치를 보여 주는 달러인덱스 지수는 이달 108을 넘겨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원·달러 환율도 2009년 이후 13년 만에 1300원을 넘었다.

한·미 금리차 역전도 고려됐다. 이번 빅스텝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정책금리(1.5~1.75%)와 격차는 0.5∼0.75%P로 벌어졌다. 하지만 오는 26~2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Fed가 금리를 한꺼번에 75b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한·미 금리는 0.25%P 차로 역전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앞으로 물가가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향후 인상 속도와 관련해선 국내 물가 흐름이 현재 우리가 전망하는 경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금리를 당분기 25bp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올 연말 기준금리를 2.75~3.00% 기대하는 게 합리적인가'라는 질문에 이 총재는 “이미 물가 상승률이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연말까지 2.75~3.0% 금리 수준을 예측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올해 남은 금통위 회의(8월, 10월, 11월)에서도 최소 25bp씩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성장률 전망 하락은 불가피해졌다. 한은은 지난 5월 올해 성장률을 2.7%로 내년엔 2.4% 성장할 것으로 봤지만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전망치보다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총재는 올해 2% 중반, 내년엔 2% 초반 성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