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면 진료 압박…"중개 지침에 '종료 시점' 명시하자"

대한의사협회가 비대면진료 종료 시점을 정부 지침에 명시해달라고 요구했다. 의약 단체와 야당이 '비대면 진료를 일단 끝내자'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대한의사협회(의협)과 보건복지부를 종합하면, 의협은 지난주 열린 보건의료발전협의체(보발협) 회의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한시적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지침)'에 “감염병 심각 단계 종료시 비대면 진료를 종료한다”는 내용의 문구를 넣을 것을 요청했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선 서비스 중지, 후 논의' 근거가 될 조항을 정부 가이드라인에 명시하자는 것이다. 의협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허용한 것”이라면서 “앞으로 비대면 진료 논의는 의사와 환자가 정상적인 의료체계 안에서 안전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협 요구를 받아들일지 결정하지 않았다”면서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종료 시점이 정부 지침에 명시되면 법적 판단이 필요할 경우 비대면 진료 업체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향후 의협과 플랫폼 업계 사이 소송이 벌어지면 정부 지침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는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현행 비대면진료 법적 근거는 2020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건복지부가 공고한 지침이다. 이 지침은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대응 심각단계의 위기경보 발령 기간 동안 의사 판단에 따라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가 임시로 허용한 비대면 진료는 심각단계가 2년 넘게 이어지며 일상화 됐다. 닥터나우 등 중개 플랫폼들도 규제 샌드박스나 한시적 허용을 연장해 서비스 지속을 전제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가 중개 업체 가이드라인 제정에 나선 것도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한 조치다.

야당과 의·약 관련 단체는 비대면 진료를 종료하자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의원은 18일 국회에서 의협·약사회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를 쇼핑하듯 부추기는 비대면 진료는 의료 과잉을 불러 올 수 있다”면서 “꼭 필요한 환자에게 적절한 서비스가 전달될 수 있도록 체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만성질환자, 격오지 거주자 등 일부만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날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