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美 재무장관 방문에도…韓銀 연속 빅스텝 가능성만 커져

통화 스와프 논의 진전 없어
원화 약세·자본유출 불가피
100달러 복귀 유가도 원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달에 이어 다음 달에도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일 시카고상품거래소 그룹의 미국 금리 예측 분석 도구 '페드워치'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26~2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것이라는 예상이 66.8%에 달했다. 나머지 33.2%는 금리를 한꺼번에 1.0%P 올리는 울트라 스텝을 내다봤다.

FOMC가 자이언트 스텝이냐 울트라 스텝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이유는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9.1%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CPI(8.6%) 보다 더 높을 뿐 아니라 2차 오일 쇼크로 물가가 치솟은 1980년대 이후 가장 높은 물가를 기록했다.

유가도 심상치 않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성과 없이 돌아온 뒤 다시 100달러를 돌파했다. 현재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유가 등 원자재 공급 차질로 인한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우리 물가도 6월 CPI가 6.0%를 기록하는 등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은과 정부는 이달과 다음 달에도 6%대 후반 물가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와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방한에서도 기대했던 통화 스와프에 대한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는 점도 빅스텝 가능성을 키운다. 이 총재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나서 외환시장 안정과 유동성 공급이라는 합의를 끌어내긴 했지만 통화 스와프에 대한 옐런 장관 언급은 없었다. 통화 스와프는 우리 원화를 미국에 맡기고 달러를 빌릴 수 있도록 하는 계약이다.

환율도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지난 15일 13년 2개월 만에 장중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돌파하는 등 130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최소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하면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보다 0.25%P 이상 높은 금리 역전이 일어나 원화 약세와 함께 자본유출도 걱정해야 한다.

아직까지 전문가들은 차기 금통위에서 0.25%P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이러한 달러 강세가 유지되면 추가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 총재는 “경제가 예상대로 흘러간다면 0.25%P 인상으로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더 가속화하면 정책 스탠스가 바뀔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