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범 OK, 강간범 NO"...러軍, 교도소서 '죄수부대' 모집

CNN 탐사보도...반년 버티면 사면 등 조건 제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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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이 자국 전역의 교도소에서 우크라이나 전쟁터로 보낼 병사를 선발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채용 대상에게는 단 6개월 복무로 남은 형기를 말소하고 죄를 사면해 주는 조건이 제시된다.

CNN방송은 10일(현지시간) 한 달간 탐사를 거쳐 수감자 당사자와 가족, 인권단체 등을 통해 이같이 파악했다고 밝혔다.

개인에 따라 10만∼20만 루블(약 210만∼420만원) 수준의 월급이 제시된다. 사망 시 가족에게 500만루블(약 1억원)을 약속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조건을 받아들이면 러시아 국경지대인 남부 로스토프주에서 2주간 훈련받은 뒤 우크라이나 최전방으로 파견되는 방식이라고 CNN은 전했다.

현재 마약 관련 범죄로 복역 중인 한 수감자는 교도소에 밀반입한 휴대전화를 통해 CNN에 “(죄명) 살인은 괜찮지만 강간·테러범, 소아성애자는 안 된다”며 “여기서 400명이 지원했고, 이 중 50명이 뽑혀 감옥의 별도 격리 장소로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는 기꺼이 참여할 의향이 있다”며 “운 좋으면 6개월 만에 나가는 건데, 거의 10년 갇히는 거랑은 차이가 크다. 물론 운이 좋았을 때 얘기다. 집에 가서 애들을 빨리 보고 싶다.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안 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죄수들의 참전에는 막대한 위험성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전장에 나서는 죄수들은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무엇인지, 누구와 계약해서 어디에 소속되는지 아무런 정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6개월간 전장에서 버틴다 해도 사면 조건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2주 만에 훈련을 마치고 최전방에 내던져진 죄수 부대가 격렬한 전투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도 확실하지 않다. 오히려 총알받이 미끼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러시아의 수감자 인권 단체를 이끄는 블라디미르 오세킨 대표는 “감옥에서 채용한 사람들이 먼저 전장으로 뛰어들어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유도하고, 그 뒤에 러시아 정규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서 공격을 폭격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잔혹하기로 악명 높은 러시아 용병 단체 '와그너 그룹'이 채용의 배후에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직접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