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로 한기정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내정하면서 첫 법학자 출신 위원장의 탄생 공산이 커졌다. 한 후보자 지명에 대해 법학자 출신으로서 법원 1심 격인 공정위 제재의 투명성 및 정합성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공정거래법 전문가가 아니라는 데 대한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18일 대통령실과 공정위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한 교수를 차기 공정위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한 후보자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공정위의 신뢰 회복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이 지나도록 차기 공정위장 자리가 공석임에도 후보자를 법조인에서 찾은 것은 이른바 '리걸 마인드'를 갖춘 사람을 앉히길 원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정위 사건처리 과정의 절차적 적법성·정합성·투명성 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조계 출신 수장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윤 대통령의 시각은 공정위 업무보고에서도 드러났다. 업무보고 후 윤 대통령은 “공정위에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법 집행에서 법 적용 기준과 조사, 심판 등 집행 절차의 투명성 및 예측 가능성을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한 후보자 본인이 공정위 내부 신임을 얻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한 후보자는 금융, 특히 보험업 분야 전문가라는 점도 공정위 업무 적응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후보자는 제4대 보험연구원 원장, 서울대 금융법센터장,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법무부 감찰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도 참여했다. 주요 논문도 보험업과 관련돼 있다. 대통령실은 한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보험약관 연구 분야에서 을의 입장을 대변해 왔다”고 인선 이유를 밝혔지만 다소 군색한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한 교수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위원장이 되더라도 운신의 폭이 좁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공정위는 이미 지난 16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마쳤다. 업무보고에서 공정위는 조사 대상 기업의 자료 제출과 관련해 이의제기 절차를 만들고 조사 대상과 범위도 조사 시작 때 구체적으로 고지하기로 했다. 카셰어링 영업구역 제한 완화 등 규제 개선 계획도 밝혔다. 이미 공정위의 업무 방향이 정해진 가운데 위원장이 오는 만큼 위원장 스스로가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보다는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는 역할에 그칠 공산이 높다.
공정위장 후보자 지명은 지난달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퇴한 지 1개월여 만이다. 애초 윤 대통령 취임 초기에는 장승화 무역위원회 위원장이 후보로 검토됐지만 개인 사정으로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수진 고려대 교수도 유력 후보로 떠올랐으나 검찰 편중 인사가 지적되면서 지명에 이르지 못했다. 송 교수는 후보자로 지명됐으나 엿새 만에 하차했다. 조성욱 위원장의 임기가 9월 8일까지인 가운데 차기 위원장 후보자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공정위 안팎에서는 “공정위가 정책 추진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尹 정부 출범 후 100일 넘게 공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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