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줌인]핀테크 업계 "간편송금 주홍글씨 낙인" 강력 반발

카카오페이, 금융위 표창 1년 만에 '규제' 날벼락
자금세탁 악용 우려…전수조사 없이 입장 선회
종지업 철회 등 정부·업계 소통 부족도 제기

카카오페이 송금 서비스 화면.
카카오페이 송금 서비스 화면.

금융위원회가 선불전자지급수단을 이용한 송금 제한 추진에 나선 것은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이 전자자금이체업이 아닌 선불전자지급수단업에만 등록, 실명 확인 의무가 없는 선불계정을 발급하고 있어 자금세탁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출처를 알 수 없는 자금이 시장에 융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관할 부처인 금융위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익명을 요구한 FIU 관계자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선불수단 송금을 금하고 은행 계좌 간 송금만 허용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한 적은 없다”면서 “현행 선불수단 송금 방식이 자금 세탁을 방지하는 데 취약하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2018년 1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금융위가 발간한 '국가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위험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전자금융업이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 조달에 악용될 공산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위험성은 상존하기 때문에 2019년 7월 특정금융거래법을 개정, 전자금융업자에도 자금세탁방지·테러자금조달금지(AML·CFT) 의무를 부과했다.

위험 가능성에 대해 선제 대응을 하는 건 맞지만 제대로 된 전수 조사조차 한 번도 하지 않고 이용자가 증가하자 또다시 규제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지난해 11월 금융위는 카톡 송금 서비스 시행사인 카카오페이에 전자금융업권 처음으로 자금세탁방지 유공 금융위원장 기관 표창을 수여했다. 당시 금융위는 적극적인 자금세탁방지 활동과 동종업권 전파 노력으로 제도가 전자금융업권에 연착륙할 수 있도록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금융위원장 표창까지 한 기업에 1년도 안 된 시점에서 손발을 묶는 조처를 한 셈이다. 핀테크는 물론 은행도 당국의 우려를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은행 관계자는 “무기명 선불 계정은 계좌 없이 휴대폰 번호를 이용한 본인확인 기반이어서 자금세탁 방지나 금융실명제 잣대를 적용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1일 충전 한도가 50만원에 불과해 자금세탁에 악용될 가능성은 의문이고, 이를 관리할 방안은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핀테크 업계 한 관계자도 “결국 은행 계좌 중심으로 금융서비스가 제공되던 핀테크 이전 시대로 퇴보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저런 사정으로 계좌 발급이 번거롭거나 어려운 외국인·저신용자 등 금융 사각지대를 고려한 포용 대책은 안 보이고 되레 이들을 잠재적 자금세탁 세력으로 여기고 사각지대로 내모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선불머니 송금 금지 방침은 물론 핀테크 업계에서 초미의 관심사이던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의 철회 결정에 대해 당국과 업권 간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다수 제기됐다.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으로 금융위와 한국은행이 크게 마찰을 빚으면서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됐다. 이에 금융위는 올해 새롭게 종지업 철회, 청산기관 도입 폐지 등의 조건을 한은에 제시해 쟁점 사안 대부분이 해소됐다. 다만 그 과정에서 정작 관련 업계와는 사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2020년 11월 발의된 전금법 개정안에 종지업 신설이 명시됐는데 이를 철회하려면 공청회 등을 이용한 공식 논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금융위는 지난달 은행권 대상으로 종지업 철회와 자금이체업 신설에 따른 실명계좌 발급 협조 건을 논의했다. 또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토스에 별도로 종지업 철회와 지급지시전달업(마이페이먼트) 신설 효과를 설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청소년·외국인 등 금융취약계층 서비스 제한에 대한 안내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 핀테크 기업 관계자는 “종지업 도입 목적은 금융사와 빅테크간 경쟁으로 금융산업 혁신을 유도하는 것도 있지만 더 큰 목적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금융취약계층을 포용하는 등 다양한 사용자 수요를 금융권에 반영하는 혁신도 있다”며 “종지업 도입이 은행과 빅테크 간 주도권 경쟁, 금융위와 한은 간 주도권 다툼으로만 부각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