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내 생각이 읽힌다면 '메이드 포 러브'

왓챠 익스클루시브 메이드 포 러브 포스터
왓챠 익스클루시브 메이드 포 러브 포스터

세계적 기업 '고골'의 창립자 바이런 고골, 그와 결혼한 헤이즐 그린은 10년간 외부와 완벽히 단절된 집이자 연구소인 '허브'에 갇힌 채 살아간다.

외부 출입이 차단된 헤이즐은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는 가상현실(VR) 유흥거리에 자족하고 허브의 최첨단 기기는 헤이즐의 감정 지수를 실시간 추적하고 정량화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고 통제당하는 삶에 지쳐 있던 어느날 바이런은 서로를 사랑하는 커플 머리에 칩을 심어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는 기술 '메이드 포 러브'를 발표한다.

첫 대상자가 본인과 바이런이 될 거라는 말에 헤이즐은 목숨을 걸고 허브를 탈출하지만 이미 그녀 머리엔 칩이 탑재됐다. 왓챠 익스클루시브 시리즈 '메이드 포 러브' 속 이야기다.

공상과학(SF)처럼 들리는 이야기지만 실제 곧 현실화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이미 뇌과학을 통한 인공지능(AI) 고도화 전략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며 상당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뇌공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로 동물 실험에 본격 착수했으며 생각만으로 문자를 보낼 수 있는 뇌 임플란트 기술을 보유한 기업 싱크론에 대한 투자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업계 핵심 기술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로 정의된다. BCI는 뇌파를 이용해 외부 장치 동작을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어떠한 생각을 떠올리면 두뇌에서 신경 신호가 생성되는데 신호를 패턴화해 처리하고 해석할 수 있다면 물리적 접촉 없이 생각만으로도 키보드를 입력하거나 로봇팔을 움직여 물건을 집을 수 있게 된다.

BCI 기술은 크게 비침습형과 침습형 두 가지로 나뉜다. 비침습형은 헤드셋과 같은 장비를 착용하거나 두피 주변에 전극을 붙여 뇌파를 간접 측정하는 방식이다. 시술이 필요 없고 간편하지만 뇌 안의 정확한 신호를 읽어낼 수 없어 정확도는 다소 떨어진다.

반면 침습형은 시술로 초소형칩을 뇌에 직접 이식한다. 뉴런의 미세한 신호를 직접 읽을 수 있어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지만 두개골을 절개해 뇌를 직접 건드리기 때문에 시술 과정이 까다롭고 부작용 우려가 있다. 기술 발전으로 BCI가 완전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면 시력교정 수술처럼 손쉽게 두뇌 칩을 이식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의식은 건재하나 전신마비로 외부자극에 반응할 수 없는 감금증후군 등 중증 신체장애인들도 뇌의 자극 반응을 변환해 의사소통하고 사물을 움직일 수도 있다. 서로 뇌파를 읽어 타인의 감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고 AI도 인간의 생각을 읽는 것이 가능해진다.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넘어선 인간 주권에 대한 위협요인도 존재한다.

생각까지 통제하려는 억만장자 남편으로부터 도망친 아내 헤이즐과 그녀를 쫓는 남편 바이런의 이야기를 그린 SF 블랙코미디 드라마 '메이드 포 러브'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에서 시청할 수 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