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나무처럼' 산소 만든다..."유인탐사 시대 첫 단계"

화성 예제로 분화구를 탐사 중인 로버 퍼서비어런스. 사진=NASA/JPL-Caltech/MSSS
화성 예제로 분화구를 탐사 중인 로버 퍼서비어런스. 사진=NASA/JPL-Caltech/MSSS

화성 로버에 장착된 '산소 추출 장비'가 나무 한 그루 분량의 산소를 안정적으로 생성해 미래 유인 탐사 때 필요한 산소를 현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화성 산소 현장자원 활용 실험'(이하 MOXIE)으로 불리는 이 장비는 일종의 테스트 모델로 크기가 작지만, 추후 규모를 확대한다면 화성에서 수백 그루의 나무가 지속적으로 산소를 생산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항공우주국(이하 나사)은 MOXIE에 대해 “화성 유인 탐사 시대를 이끌 중요한 첫 단계”라고 평가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연구진은 이산화탄소(CO₂)가 많은 화성 대기에서 인간이 호흡하고 로켓 연료로 활용할 수 있는 산소 추출을 시도해온 MOXIE 운영 결과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로버 퍼서비어런스가 화성 표면에 착륙한 지난해 2월부터 다양한 조건에서 MOXIE를 7차례 가동했으며, 그때마다 시간당 6g의 산소를 생성하는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구에서 보통 크기의 나무 한 그루가 광합성을 통해 내뿜는 것과 비슷한 양으로 제시됐다.

로버에 장착된 MOXIE 위치. 사진=NASA/JPL-Caltech
로버에 장착된 MOXIE 위치. 사진=NASA/JPL-Caltech

나사는 MOXIE가 산소를 만드는 방식 또한 '나무와 같다'고 설명했다. CO₂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다.

MOXIE는 화성 대기의 약 96%를 차지하는 CO₂를 흡수, 오염물질을 거른 뒤 이를 압축한다. 이후 '고체산화물전해조'(SOXE)라는 장비에서 CO₂를 전기화학적으로 산소(O)와 일산화탄소(CO)로 분해한다.

이중 산소 이온만 분리해 호흡에 이용할 수 있는 산소분자(O₂)로 만든 뒤 양과 순도를 측정하는 과정을 거쳐 방출한다.

화성은 대기 밀도가 계절별로 두 배나 차이가 나고 기온이 100℃ 가까이 바뀌는 등 변화무쌍하지만 MOXIE의 산소추출 성능에는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앞으로 대기 밀도와 CO₂ 농도가 가장 높아지는 봄철에 MOXIE를 최대 성능으로 가동해 산소추출 한계를 실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로버에 장착되는 MOXIE. 사진=NASA/JPL-Caltech
로버에 장착되는 MOXIE. 사진=NASA/JPL-Caltech

화성에서 우주비행사가 호흡하기 위해, 다시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서도 산소는 필수다. 다만 임무에 필요한 산소를 전부 지구에서 화성으로 가져갈 순 없다.

연구진은 화성에 우주비행사를 보내기 전 MOXIE보다 규모가 큰 장비를 먼저 착륙시켜 가동할 계획이다. 미리 나무 수백 그루가 내뿜는 양의 산소를 생성해 놓으면 유인탐사선이 도착했을 때 우주비행사가 호흡에 이용할 수 있는 산소는 물론 지구로 귀환하는 연료도 확보할 수 있다.

MOXIE 프로젝트 부수석 연구원인 제프리 호프만 교수는 “화성 유인탐사를 지원하기 위해 지구에서 가져가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오래된 산소를 가져가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만들어 쓸 수 있다면, 게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