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보적인 기술로 문서 이해시장 장악력을 높여가겠습니다."
올해로 설립 5년차를 맞았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투자받지 않고 오로지 매출을 일으켜 성장 중인 스타트업이 있다. 공대 출신 회사 대표와 20여명 직원, 10여건에 이르는 특허가 성장 동력이다. 독보적인 인공지능(AI) 광학식 문자판독장치(OCR) 업체 로민과 강지홍 대표 얘기다.
강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원하는 대기업에 들어갔지만 '내가 만든 기술로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퇴사하고 스타트업을 창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석사를 지낸 뒤 삼성전자 VD사업부와 C-LAB에서 5년간 근무했다. 일할수록 창업에 대한 꿈이 커져만 갔다. 결국 강 대표는 회사를 그만두고 서울대 박사과정에 진학했다. 이미지 복원(image restoration), 물체 검출(object detection) 등 분야 연구에 매진했다. AI 기술 가능성과 빠른 발전 속도를 체감해 더 이상 지체하면 안된다는 마음에 박사과정 중간에 창업을 결심했다.
AI 문서이해(document understanding) 솔루션과 핵심 OCR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로민이 제공하고 있는 문서이해 플랫폼 '텍스트스코프 스튜디오'는 최근 금융권과 공공기관에서 대거 도입하며 인력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됐던 문서 데이터 처리 업무를 효율화했다. 흔히 OCR로 불리는 이 기술은 오래 전 도입됐지만 로민은 AI를 기반으로 국내 최고 수준 검증된 문자 인식률을 보여주고 있다.
강 대표는 “기존 업체보다 뛰어난 문서 인식 기술로 시장에 경쟁자가 없다고 할 정도로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폰 사진, 저화질 팩스, 스캔 등 다양한 이미지원에 대해 인식이 가능하고 저품질·저화질 조건에서도 98%의 문자 인식률을 보유하고 있다”며 “필기체, 인쇄체, 타자체 인식 모두 가능한 국내 유일 AI OCR 엔진으로 특히 필기체 인식 성능은 국내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자부했다.
로민 기술력을 가장 먼저 알아본 곳은 금융권이다. 흥국생명은 보험금 청구 접수 업무 자동화에 텍스트스코프를 적용했다. 평균 1~2일 소요되던 보험금 청구 접수를 이젠 10초 이내 완료할 수 있게 됐다. 처방전에서 진단서까지 자동심사하는 국내 최초 사례다.
KB국민카드는 인력에 의존하던 가맹점 심사업무에 텍스트스코프를 적용해 문서 50종을 자동 분류하고 주요 문서에서 데이터를 자동 추출하고 힜다. 강 대표는 “투입인력 30% 절감 효과를 냈다”고 했다. 올해 20여개 사업 수주 또는 입찰을 진행 중이다.
강 대표는 “그간 설치형으로 제공했던 플랫폼을 API 서비스와 클라우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로 제공을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 일반 고객까지 시장을 확장할 예정”이라며 “국내 시장의 성장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회사를 어느 정도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판단 아래 첫 투자 유치에 나서려 하고 있다. 강 대표는 “시리즈A 투자 유치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