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인구절벽과 로봇세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우리나라 인구 감소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른 추세에 있다. 출산율은 0.8명 미만, 연간 출생아 수는 25만명 선마저 무너질 기세로 떨어지고 있다. 한국 인구의 약 2.4배이지만 저출산 고령화 국가로 유명한 일본에서 신생아 수는 85만명이다. 인구 대비로 단순 계산할 때 우리는 최소한 35만명이 되어도 저출산이지만 이에 훨씬 못 미치는 25만명이기 때문에 초고위험 저출산 국가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도 증가하는 게 있다. 바로 로봇이다. 이 글에서 필자가 정의하는 로봇은 단순 반복의 자동화 기계가 아니라 학습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AI) 기반 로봇을 의미한다. 로봇이 일자리를 '탈취'(job-stealing)한다는 우려는 러다이트 운동처럼 강박관념이라는 비판적 논쟁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본다. 단순 반복 자동화 기계는 신산업과 고용 창출을 유도하였지만 AI 기반 로봇은 일자리 감소로 연결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로봇 경제학 분야 권위자인 다론 아제모을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연구에서는 1대의 로봇이 3.3개의 일자리를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코브-더글러스 함수는 경제학에서 베스트셀러 격인 생산함수로, 자본과 노동을 대표적인 생산요소로 꼽는다.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전 2차 산업혁명 끝자락인 1920년대에 고안된 이 생산함수는 이제 수정되어야 한다. 즉 4차 산업혁명 시대 생산함수는 로봇을 포함해야 한다. AI 로봇은 자본재에 포함하기에는 감가상각(depreciation)보다 자가 학습 능력으로 말미암은 가치상승(appreciation)이 크기 때문에 기존의 자본적 생산요소에 포함시킬 수 없다. 그렇다면 자본과 노동에 세금이 부과되듯 AI 로봇에도 세금이 부과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연결될 수 있다.

로봇세 도입은 인구 감소로 말미암은 정부의 세 수입 감소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로봇세 수입은 기본소득과 연금 등 다양한 재정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로봇세 도입 이전에 여러 과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우선 로봇에 대한 정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곧 과세 범위를 결정하게 된다. AI 기반 로봇에 국한할지 단순 반복 자동화 기계도 포함할 것인지가 결정되어야 한다. 단순 반복 자동화 기계라 하더라도 머신러닝에 의한 학습효과를 프로그래밍해서 입력해 운용된다면 AI 기반 로봇이라 봐야 할지도 논쟁이 될 수 있다. 과세 범위 결정에는 기술혁신에 대한 인센티브도 고려해야 할 필수 요소다.

적정 세율도 결정해야 한다. 소득세는 근로자가 벌어들이는 수입에 비례해서 부과된다. 그럼 로봇이 벌어들이는 수입은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로봇 대신 인간이 생산에 투입됐을 경우 발생하는 근로소득에 준해서 부과돼야 하는가. 이 경우 세금 부과 대상인 기업의 기술혁신 인센티브가 저해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평균적인 한계생산을 측정해서 여기에 세금을 부과하고, 이를 초과해서 발생하는 부가가치에 대해서는 과세를 면제할 것인가? 한계생산은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어떤 연구는 로봇세는 단기에는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혁신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아무튼 이러한 논쟁은 해결해야 할 과제일 뿐이지 로봇세 도입을 원천적으로 막을 한계는 아닐 것이다. 저출산의 인구절벽이지만 고도로 첨단기술이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로봇세 연구와 활발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박호정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 hjeongpark@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