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히잡 미착용으로 경찰에 끌려간 20대 여성이 의문사한 사건으로 전국적인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란 대통령이 비슷한 이유로 미국 방송 여성기자와 인터뷰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2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자사 앵커이자 국제전문기자인 크리스티안 아만푸어는 전날 유엔총회를 계기로 뉴욕에서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인터뷰를 하기로 돼 있었다. 아만푸어 기자는 이란에서 자란 이란계 미국인이다.
아만푸어 기자가 인터뷰장에 도착하자 이란 측 인사는 라이시 대통령의 요구라며 머리 스카프를 착용하라고 지시했고, 아만푸어 기자는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그러자 라이시 대통령은 인터뷰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아만푸어 기자는 이란에서 보도 활동을 하는 동안에는 현지 법률과 관습을 따르고자 스카프를 두르지만, 이란 외 지역에서까지 이란 관료와 인터뷰한다는 이유로 머리를 가릴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곳 뉴욕이나 이란 이외의 곳에서 나는 어떤 이란 대통령으로부터도 그런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나는 1995년 이후 그들 한 명 한 명을 모두 인터뷰했고, 이란 안이나 밖에서 머리 스카프를 쓰라는 요청을 받은 바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게 필요조건이 아니기 때문에 나 자신, 그리고 CNN, 여성 언론인들을 대신해 (라이시 대통령의 요청을) 매우 정중하게 거절했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당일 이란 측 인사는 아만푸어 기자에게 스카프를 착용하지 않겠다고 했었다면 인터뷰는 처음부터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터뷰가 잡힌 날은 이슬람력으로 첫 달인 무하람 등 성월이라는 점을 감안해 ‘존중의 문제’라고 지적했으며 현재 이란에서 전국적으로 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이란의 상황’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재 이란에서는 22세의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뒤 의문사한 사건을 두고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 시위가 엿새간 이어지고 있다.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확산된 가운데 이를 현지 경찰이 진압하던 과정에서 시위에 참가한 10대 소년 등 최소 9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AP통신은 22일(현지시간) 전했다.
미 백악관이 ‘인권에 대한 끔찍한 모독’이라고 발언하는 등 이란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으나 라이시 대통령은 되려 서방이 미국의 아동학대와 캐나다의 원주민 착취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며 인권에 대한 이중잣대라고 맞받아쳤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