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232. 연애와 유사한 스타트업 스케일업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232. 연애와 유사한 스타트업 스케일업

씨엔티테크는 지난 10년 동안 250개가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했고, 10개 남짓한 회사가 폐업하거나 폐업 절차를 밟고 있다. 실패한 스타트업의 공통점으로 다섯 가지를 찾을 수 있었고, 스타트업의 실패 이유는 연애에 실패하는 이유와 비슷했다. 실패하는 스타트업의 공통점은 다섯 가지 이유로 요약된다. △특별한 매력이 없어서 △배려가 없어서 △집착해서 △만인의 연인이 되려고 해서 △너무 서둘러서 등이다.

그렇게 상대방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듯 제품을 만들 때도 사람들을 내 고객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첫 번째 단추는 그동안 아무도 생각지 못한 것을 내놓는 것에 있다. 이미 나와 있는 다른 기존 제품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면 절대 고객의 마음을 얻을 수 없을 것이다. 반면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면 그 시장을 독점할 공산도 높아진다. 이런 사람은 세상에 절대 없다.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해서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구축해야 진짜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 '마케팅 불변의 법칙'에 나오는 '더 좋은 것보다는 맨 처음이 낫다'는 선도자법칙(The Law of Leadership)을 따르기를 권한다.

두 번째 실패 이유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 부족이다. 연애할 때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이성에겐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되지만 반대로 상대방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고 항상 자기 입장만 고집하는 이성을 만나면 지치기 쉽다. 사업 아이템 또한 '우리 고객이 누구고,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데 창업자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지나치게 신봉할 때 문제가 생긴다. 아무리 좋은 기술로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든다 해도 그것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 아니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잠재 고객들을 찾아 다니며 그들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으려 하지 않고 창업자의 일방적인 판단·아집에 가까운 믿음에 의해서 만들어진 제품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실패 이유는 집착이다. 연애할 때 가장 피곤하고 또 피하고 싶은 상대가 집착하는 사람인 것과 같다. 창업 강의를 나가면 항상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두 가지 있다. 첫째는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확인하는 시장 조사, 둘째는 자신이 생각한 솔루션이 맞는지 확인하는 시장 조사다. 이것은 사업 아이템이 얼마나 시장성을 띠고 있는지 검증하는 작업으로,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 단계다. 그런데 많은 스타트업이 이 단계에서 흔히 저지르는 실수가 있다. '아니오'라고 대답하는 고객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을 고수하는 것이다. 실패 위험을 줄이기 위해 시장 조사를 하는 것인데 많은 이가 시장 조사를 '검증 도구'가 아니라 '확증 편향 도구'로 이용한다.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그렇지 않은 이야기는 부정해서 자기 생각을 더욱 확고히 하는 것이다.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그동안 투자한 비용·시간·노력을 아까워 하지 말고, 새롭게 시작할 용기도 있어야 한다.

네 번째 실패 이유는 만인의 연인이 되려는 욕심이다. 다시 연애에 비유해 보면 한 사람에게 집중하지 못하는 것만큼 상대방을 힘들게 하는 것은 없다. 만인의 연인이 되려고 하는 사람은 결국 진정한 사랑을 하지도 받지도, 그래서 알지도 못할 공산이 높다.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원리도 동일하다. 처음부터 목표 시장을 너무 넓게 잡고 이 사람 저 사람 모두에게 제품을 팔려고 하다 보니 결국엔 이도 저도 아닌 게 된다.

다섯 번째 이유는 너무 성급하기 때문이다.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 것만큼 상대가 나를 좋아해 주지 않는다고 해서 불안해 하고 성급히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 그것은 상대를 더 피곤하게 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제대로 연애를 해보기도 전에 놀라서 도망갈 수도 있다. 창업할 때도 성급하게 마음을 먹으면 일을 그르치기 쉽다. 회사가 안정되기도 전에 너무 많은 직원을 채용하는 것, 초창기부터 너무 많은 투자를 받는 것, 무리하게 돈을 쓰는 것, 성과를 내라고 직원들을 닦달하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모두 자칫 잘못했다가는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행동이다.

전화성 씨엔티테크 대표이사 glory@cnt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