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기화물차 보조금, 환수 규정에도 허점

매수자에게 의무사항 승계
중고시장 차익거래 못막아
화물업계 "규정 강화해야"

서울 마포구 강변북로에서 전기 화물차(하늘색 번호판)와 경유차가 나란히 주행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서울 마포구 강변북로에서 전기 화물차(하늘색 번호판)와 경유차가 나란히 주행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전기화물차 보조금 환수 규정에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무사항 승계' 및 '의무운행기간 국내용 2년, 수출용 5년' 등의 규정이 전기화물차 최초 구매자가 중고 시장에서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 이상 남기는 '차익거래'를 막기에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다. 화물업계는 환수 규정을 강화하고 '폐차조건 의무화' '과도한 보조금 현실화'를 하지 않는다면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환경부는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 구매자를 대상으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에 따라 의무운행 기간을 준수토록 하고, 미준수 사유에 따라 보조금 회수요율을 별도 적용했다.

그러나 지난 6월 공개된 '2022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에 따르면 의무운행기간 내 해당 차량을 매도하는 경우 그 매수자에게 적법절차에 따라 잔여 의무운행기간에 관한 권리 의무를 승계할 수 있다.

중고차 매수자에게 차량 출고 후 2년 내 의무사항을 승계할 수 있다 보니, 출고가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차조차 1000만원 이상 차익을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4일 국내 최대 중고차 거래 온라인 웹사이트에 등록된 전기 트럭 매물 360여대 대다수가 수백에서 1000만원 이상 차익 매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기화물차 구매자가 보조금액이 상이 한 지자체로 거주지 이전 시 보조금을 환급해야 하는 불편함은 개선되지 않고 중고시장 차익거래는 방치됐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화물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이 줄어들고는 있지만 일부 지자체는 올해도 보조금을 1100만원 지급해 보조금 총액이 2500만원에 달한다”면서 “그런데 거주지 이전 시 보조금을 환급해야 하다 보니 중고로 팔고 경유차를 다시 타게 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배터리와 전기차 보조금 국외 반출을 막기 위해 의무운행기간을 당초 2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그러나 수출용만 해당해 국내 중고시장에서 2년이 지난 전기화물차 매물이 급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2년 전 보조금 2700만원을 받아 1500만원에 4200만원 전기화물차를 구매하고, 최근 2500만원 이상에 판매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면서 “2년 동안 신차 운행을 하고 1000만원 이상 버는 구조라 감가상각을 포함하면 실질적 이득은 1000만원을 크게 상회한다”고 지적했다.

화물업계는 전기화물차 중고시장 '차익거래'를 근절하지 않는다면 '2030 국가온실가스배출목표(NDC)' 달성을 위한 전기차 전환에도 제동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전기화물차 구매 시 기존 보유 차량을 폐차하는 비율은 2020년 5.8%에서 2021년 2.7%(8월 말 기준)로 오히려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화물트럭 판매 비중은 경유차 75%, 전기차 17%, 액화석유가스(LPG)차 8% 등으로 화물업계는 여전히 경유차를 선호하고 있다.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전기화물차 보조금 논란과 관련해 '경유차 폐차조건 의무화' '보조금 단가 축소' 지적이 이어졌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전기화물차 보조금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환수 규정을 강화해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며 “폐차 조건도 의무화해 조건 미달 시 보조금을 차등적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