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섭의 디지털 단상] 디지털 시대 스타게이트 '플랫폼'

[김태섭의 디지털 단상] 디지털 시대 스타게이트 '플랫폼'

다양한 장르의 영화, 드라마가 있지만 가장 스펙터클한 분야는 공상과학(SF)이다. 1994년에 개봉한 '스타게이트'라는 영화가 있다. SF의 고전이 된 이 영화는 재난영화 '2012'를 만든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작품이다. 내용은 무척 이채롭다. 이 세계와 저 세계를 넘나드는 스타게이트를 통해 수천년 전 이집트 문명을 만나고 태양신 '라'도 조우한다.

요즘 자고 깨고 나면 플랫폼이다. 얼마 전 TV광고에는 동네 자동차 정비소까지 추천해주는 플랫폼이 등장했다. 플랫폼(platform) 정의는 다양하다. 승강장, 정거장 등을 플랫폼이라 하고, 원도,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 도구를 플랫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플랫폼의 어원은 'plat(평평한)+form(형상)'이다. 즉 구조와 공간을 아우르는 말로 사회 기반시설이나 아파트에 놀이터처럼 무언가 사람을 충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이런 플랫폼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만물 알고리즘으로 떠올랐다.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말대로 누구와 결혼할지, 어디에 취직할지까지 알려준다.

편리함이 프리미엄인 시대, 우리가 주목할 점은 영향력이다. 플랫폼 트래픽 증가는 눈덩이(snow ball) 효과와 록인(lock-in) 효과로 이어진다. 산 정상에서 굴린 주먹 만한 눈덩이가 집채처럼 커지는 것이 눈덩이 효과이고, 뭉칠수록 결속력이 강해지는 것이 록인 효과다. 카카오의 예를 들어보자. 2010년 론칭한 카카오톡 가입자는 1년 만에 1000만명을 돌파했고, 또다시 1년 만에 5000만명을 돌파했다. 1000이 2000 되고 2000이 4000 되는 것을 등비급수(흔히 기하급수)라 하는데 카카오가 그렇다. 이들의 충성심은 어떠한가, 카카오로 택시를 부르고, 이동 중 카카오로 돈을 송금한다. 시간이 남으면 카카오게임에 접속하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카카오맵으로 남은 거리를 추정해 본다. 조만간 가입자 3700만명 카카오보험도 출범한단다.

플랫폼은 디지털 생태계의 최상의 포식자로 이미 우리 삶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한편 그 지배의 권력망은 매우 촘촘하다. e커머스, 파이낸스, 콘텐츠, 부동산, 에듀, 리쿠르트 등 전 산업이 플랫폼에 종속됐고 심지어는 신분인증과 같은 국가 고유 권한도 넘겨받았다. 우리는 플랫폼을 통해 세상을 보고, 소비하며, 모든 재화를 공급받는다. 최근에는 20년 의료계의 금기인 '원격진료'마저 허용되며 몸이 아프면 플랫폼을 먼저 찾게 될 것이다. 매장하나 없이 21조원을 매출하는 쿠팡, 은행점포 하나없이 가입자 2000만명을 모은 카카오뱅크, 윤전기 한대 없이 정보산업을 장악한 네이버, 호텔 하나 없이 전 세계 191개국에서 숙박사업을 하는 에어비앤비, 택시 한대 없이 전 세계 100개 도시에서 운송사업을 하는 우버 등 플랫폼 산업의 질풍노도(疾風怒濤)는 성난 파도를 넘어 쓰나미 울트라급이다.

물리학에서의 상전이(相轉移)란 일정한 외적 조건에 따라 한 상(相, 얼굴)에서 완전히 다른 상으로 변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물이 얼음으로 변하는 것이다. 산업의 역사 또한 일정 임계점을 넘어서며 상을 바꾸는 극적인 변화를 이루는데 우리를 이를 산업혁명이라 부른다. 최근의 4차 혁명 역시 마찬가지다. 디지털기술이 전통 산업과 융·복합화하며 발생하는 것으로 전통산업은 디지털 융합과정(digitalization)을 거치며 어김없이 붕괴된다. 그리고 그 대체재는 플랫폼이다. 디지털 기술의 접근성과 저렴한 비용이 폭발적 잠재 수요를 이끌어내고 이들의 소비행태 즉 플랫폼 보상정책이 시장의 룰로 자리잡으며 전통은 붕괴되는 것이다.

1885년 독일의 칼 벤츠에 의해 최초 가솔린 자동차가 발명된 이후 사람들은 두 부류로 나뉘어졌다. 한 부류는 더 빨리 달리는 말을 고민했고, 한 부류는 자동차를 양산할 방법을 고민했다. 폭스바겐과 메르세데스 벤츠는 당시 만들어진 전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이다. ICT로 무장한 신사업자와 구습에 얽매인 기존 사업자와 충돌은 불가피하다. 로톡과 다투는 대한변호사협회, 윕스와 다투는 대한변리사협회, 삼쩜삼과 다투는 대한세무사협회, 닥터나우와 다투는 대한의사협회, 직방과 충돌하는 대한공인중개사협회 등…. 1970년대 대한민국은 외쳤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에는 늦지 말자.” 이제 정보화를 넘어 디지털 시대다. 디지털경제시대의 스타게이트가 플랫폼인 것이다.

혁신과 전통은 항상 충돌했다. 한편 효용이 항상 승리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쇠파리도 천리마 꼬리에 불으면 3000리를 날라간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 하지만 운칠복삼(運七福三)이 맞을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빠르게 동참하면 몸이 편하고 돈도 생긴다. 창의적인 플랫폼 하나로 로또 맞은 벤처 젊은이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벤처하면 벤츠 타고 주저앉으면 벤치다. 우리는 더 빨리 달리는 말을 찾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김태섭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tskim2324@naver.com

<필자 소개>

1988년 대학시절 창업한 국내 대표 ICT 경영인이다. 바른전자 포함 4개 코스닥 기업을 경영했고 시가총액 1조원 벤처신화를 이루기도 했다. 반도체, 컴퓨터, 네트워크 SI 등의 전문가로 그가 저술한 '규석기시대의 반도체'는 동국대 대학교재로 채택되기도 했다. 현재 법무법인 대륙아주 고문, (사)한국M&A투자협회 부회장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