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위에 유럽 배우·정치인 머리카락 '싹둑'…무슨 뜻?

(왼쪽부터) 프랑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 마리옹 코티야르, 이자벨 위페르가 머리카락을 자르며 이란 반정부 시위에 연대하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왼쪽부터) 프랑스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 마리옹 코티야르, 이자벨 위페르가 머리카락을 자르며 이란 반정부 시위에 연대하고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이란에서 히잡 미착용을 이유로 경찰에 연행된 20대 여성이 의문사한 가운데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유럽 배우와 정치인도 머리카락을 자르며 연대하고 나섰다.

5일(현지시간) 프랑스24 등 현지매체는 프랑스 스타들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머리카락을 직접 잘라내는 모습을 게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비앙 로즈’ ‘인셉션’ 등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배우 마리옹 코티야르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머리카락 한 움큼을 직접 잘라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게재했다. 코티야르는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 세상을 바꾸고 있는 이란의 용감한 여성들과 남성들을 위해. 우리는 당신들과 함께합니다"라고 연대 의사를 표시했다.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 등으로 유명한 배우 쥘리에트 비노슈도 ‘자유를 위해(For freedom)’라고 외치며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을 게재했다.

이 외에도 이자벨 아자니, 베레니스 베조 등 50명 이상의 여성 유명인들이 ‘#자유를 위한 머리카락(Hairforfreedom)’이라는 해시태그로 연대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란에서 아름다움의 상징인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위는 고대 페르시아에서부터 이어져온 것으로 애도 또는 항의의 의미로 쓰인다. 중세 페르시아 시인 피르다우시가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쓴 서사시 ‘샤나메’에서 영웅 시야바시가 죽자 그의 아내와 가족들이 항의의 의미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이 묘사되기도 한다.

전날에는 이라크 출신 스웨덴 유럽의회 의원인 아비르 알살라니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의회 연단에 올라 연설하면서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그는 "이란 여성들이 자유로워질 때까지 우리가 함께할 것"이라며 쿠르드어로 "여성·삶·자유"를 외쳤다.

이란 반정부 시위는 지난달 16일,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쓰지 않아 체포됐다가 의문사하면서 촉발됐다. 정확한 진상 조사를 촉구하는데서 시작된 시위는 반정부 시위로 번져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최근 경제난에 시달려오던 중산층과 히잡을 벗어던진 10대 여학생들이 대거 가세하고 있다. 사회의 모든 면을 통제하는 이슬람 공화국 체제에 대한 비판과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근본적 체제 교체 요구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