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전환 'ON'] 바다 수놓은 해상풍력…'녹색전환' 이룬 덴마크

[2부]에너지 안보·탄소중립 전환 <8>덴마크 '녹색전환' 현장을 가다(상)

[대한민국 대전환 'ON'] 바다 수놓은 해상풍력…'녹색전환' 이룬 덴마크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여객용 선박에서 바라본 앤홀트 해상풍력발전단지 전경.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여객용 선박에서 바라본 앤홀트 해상풍력발전단지 전경.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덴마크의 항구도시 그레노(Grenaa). 덴마크 유틀란도 반도 동해안 인근에 위치한 이 도시 항구에서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건장한 남성들이 부산하게 움직였다. 그레노 항구에서 인근 바다로, 대형 여객용 선박을 타고 약 15㎞를 이동해 앤홀트(Anholt) 섬 인근의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맞이할 수 있었다. 이 곳은 덴마크 최대 해상풍력 발전단지 중 한 곳으로 발전설비 규모만 400㎿에 이른다.

◇지역경제 살린 '앤홀트' 단지…일자리 8000개 창출

앤홀트 해상풍력발전단지에는 총 111기의 해상풍력발전기가 설치됐다. 이 발전기들의 터빈 높이는 141.6미터, 로터 길이는 120미터에 달한다. 먼 지점에서는 바람개비 같이 작아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스마트폰 광각 카메라에 한 번에 잡기 어려울 만큼 웅장했다.

이날 여객용 선박 갑판에서는 약 초속 9.4m로 비바람이 불고 있었다. 풍력발전기 블레이드(날개)는 5초에 한 번 꼴로 회전했다. 터빈 용량은 3.6㎿로 에너지 담당 기자에게는 익숙한 해상풍력 발전기 규모였다. 하지만 111개 터빈이 바다를 수놓으며 발전하는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세찬 비바람으로 덴마크가 세계 최대 해상풍력 강국이라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앤홀트 해상풍력발전단지는 덴마크 국영기업인 오스테드가 2013년 완공했다. 당시에는 굉장히 큰 규모였던 400㎿ 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성공적으로 건설했기 때문에 의미 있는 프로젝트로 꼽힌다. 덴마크 정부 주도로 진행된 앤홀트 풍력발전단지 건설에서는 오스테드만이 유일하게 입찰에 응했다. 공사기간이 짧았고 부수 조건은 많았는데 개발해야 할 발전단지 규모도 컸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오스테드는 관련 프로젝트 입찰, 발전단지 계획, 건설까지 각 단계에서 약 1년 6개월씩 약 4년 6개월 동안 공들여 앤홀트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개발했다. 2012년에서 2013년까지 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는 기간에는 인근의 그레노항이 북적일 정도로 큰 공사였다고 한다.

앤홀트 해상풍력발전단지는 건설 과정에서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높인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 발전단지 구축을 위한 투자액은 12억5000만유로(약 1조8000억원), 건설 단계에서는 해양기술자 등을 합해 3000명 정도가 투입됐다. 또 기존 화물선을 개조하는 등 방법을 활용한 선박 105척이 터빈과 블레이드, 케이블 등 대형 부품을 실어 나르면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 결과 앤홀트 해상풍력발전단지는 덴마크 전체 전력의 4%, 약 40만가구에 청정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옌스 뉘보 옌슨(Jens Nybo Jensen) 오스테드 시니어 커뮤니케이션 어드바이저는 “덴마크 에너지청(DEA)과 통계청에 따르면 경제 파급효과 8000개 일자리가 앤홀트 해상풍력단지 공사 기간 동안 창출됐고 덴마크 현지 기업의 수주액은 70억크로네(약 1조3000억원)에 달했다”면서 “(해상풍력단지 건설을 위해) 그레노항에 협력업체가 모여 공급 네트워크를 만들었다. 그레노항 인근 50km 반경 지역경제에 파급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항공기에서 바라본 비야 마테(Veja Mate) 해상풍력발전단지 전경.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항공기에서 바라본 비야 마테(Veja Mate) 해상풍력발전단지 전경.

◇유럽 '북해' 수놓은 해상풍력…육지로 대규모 청정에너지 공급

덴마크 북해 인근 해역에는 규모가 더 큰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즐비하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에는 덴마크가 성공적으로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개발한 것으로 평가받는 혼스 레브(Horns Rev) 1·2·3단지, 독일에 구축한 비야 마테(Veja Mate) 해상풍력발전단지를 항공기에서 볼 수 있었다. 이날 오전 8시께 덴마크 에스비에르(Esbjerg) 공항에서 항공기로 이륙한 후 약 10분 만에 160㎿ 규모 혼스 레브 1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보였다. 이어 10분이 더 지난 이후에는 총합 600㎿가 넘는 혼스 레브 2·3 해상풍력발전단지가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유럽이 공유하는 북해에는 여러 국가가 해상풍력발전단지를 활용하고 있다. 독일 공해에 구축된 비아 마테 해상풍력발전단지가 대표 예다. 이 발전단지는 약 400미터 상공에서도 한 눈에 확인이 어려울 만큼 규모가 컸다. 이 곳에서 교류 전력을 끌어모아 직류로 변환한 후 육지로 전력을 전송한다고 한다. 덴마크 북해 인근 독일 공해에는 보르쿰 리프그룬드(Borkum Riffgrund) 1·2, 고데 윈드(Gode Wind) 1·2, 보르셀 (Borssele) 1·2 등 발전규모가 더 큰 해상풍력발전단지들이 있다. 북해가 유럽에 대규모 청정에너지원을 공급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유럽의 청정에너지 공급에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덴마크 그레이트 벨트 브리지(Great Belt bridge) 전경 <자료 스테이트 오브 그린>
덴마크 그레이트 벨트 브리지(Great Belt bridge) 전경 <자료 스테이트 오브 그린>

◇화석연료에 의존했던 덴마크, 50년 간 끊임없는 '녹색전환'

덴마크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 수준 해상풍력 강국으로 꼽힌다. 1991년 세계 최초로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개발했고 1995년부터는 덴마크에너지청(DEA) 주도로 해상풍력 계획지도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대규모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올해 기준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기반으로 50~150%에 이르는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대규모 해상풍력발전을 기반으로 한 재생에너지가 덴마크 에너지 정책 핵심이다.

덴마크는 지난 50년간 정치적 대타협을 바탕으로 정부와 시민이 뭉쳐 해상풍력을 기반으로 한 청정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었다. 1970년대 에너지의 99%를 수입하던 덴마크는 1973년 석유파동 이후로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청정에너지로 전환을 시도했다.

이후 1971년에 세계 최초로 환경부(Ministry of Environment)를 설립하는 등 에너지·환경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1985년에는 원전 반대 운동을 벌이면서 풍력발전 개발을 계획했고, 2000년대 이후에는 혼스 레브 등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북해에 건설하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초당적인 합의로 2020년까지 전체 전력소비량의 50%를 풍력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2012-2020 에너지 협약(Energy Agreement)'을 채택한 것이 결정적인 분기점이었다.

2018년에는 더 높은 목표와 추가적인 구현계획도 발표했다. 2030년까지 총 에너지의 55%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며 총 2.4GW 규모 대형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태양광 등 다른 재생에너지 연구를 위한 새 기금도 마련할 계획이다. 2020년에는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1990년 대비 70% 감축하겠다는 공격적인 안을 발표했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에너지 섬'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마우누스 호이비어 메어닐드(Magnus Højberg Mernild) 스테이트 오브 그린 언론·커뮤니케이션 총괄은 “덴마크가 해상풍력발전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도박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사업성이 개선돼 육상풍력, 석탄, 석유발전 보다도 좋다”면서 “덴마크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세계의 0.1% 밖에 안 되기 때문에 '바다의 물방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덴마크의 선도적인 모델은 세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레노·에스비에르·코펜하겐(덴마크)=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