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라인]경제위기, 정치권 답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가 27일 생중계됐다. 현재 처한 국가 경제의 어려움을 국민에게 알리고 타개책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실제 경제 곳곳에서는 '악' 소리가 나온다.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대기업이 보증하는 회사채마저 자금 조달이 어려운 실정이다. 미국이 '빅스텝'과 '자이언트 스텝' 등으로 거듭 큰 보폭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대부분 국가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환율이 급등하고 물가마저 오르면서 벌어진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에선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레고랜드' 지급보증을 철회하고 채무불이행을 선언하면서 자금시장이 더욱 경색됐다.

금융시장에선 SK온이 상장 전 투자유치 자금 유치를 위해 나섰지만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치 규모를 4조원에서 2조원대로 낮추고 이자율도 연 5.5%에서 7.5%로 올렸지만 이마저 소화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는 SK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간 호황을 누렸던 건설업도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중소 지방 건설사의 연쇄 부도가 우려된다.

지난 5월 10개 그룹이 5년 동안 1000조원 넘게 투자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힌 지 5개월 만이다. 당시 삼성이 450조원, SK 247조원, LG 106조원 등을 내걸었다. 공격적인 투자가 침체기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경제 위기는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올해 채권시장은 2차 세계 대전 이후 최악의 해라는 평가가 있다”고 할 만큼 글로벌 시장이 얼어붙었다. 외신은 미국에서도 채권금리가 하락하며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미 재무부가 채권을 사들이는 등 유동성 공급 방안을 고민 중이다. 한쪽은 돈이 많이 풀려 회수를 위해 금리를 올리고 한쪽에서는 자금줄이 말라 돈을 푸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된다.

영국은 리즈 트러스 총리가 잘못된 감세정책으로 여론의 뭇매 속에 44일 만에 사임하고 결국 인도계 총리 리시 수낵이 총리 바통을 이어 받었다. 트러스 전 총리의 450억파운드 감세정책 발언은 인플레이션 자극과 국가 부채 우려가 커지며 파운드화 가치가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트렸다. 이로 인해 영국은행(ECB)은 650억파운드를 썼다.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시진핑 3연임을 확정하자 위안화는 25일 상하이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7.3084위안에 거래돼 2007년 12월 이후 위안화 가치가 최저를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홍콩 역외 시장에서는 위안화 가치가 더 떨어져 달러당 7.3621위안을 기록했다. 여기에 미국에 상장된 중국기업의 가치도 급락했다. 세계 경제 큰 축의 하나인 중국 경제에 위험신호가 켜진 셈이다.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강대강 대결이 정치 갈등을 넘어 경제 상황을 더 첨예하게 대립으로 몰고 가며 빚어진 형국이다. 이는 대외 의존이 높은 우리 경제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중국 '시경' 소아편에는 '포호빙하(맨손으로 호랑이를 잡고 걸어서 황하를 건너겠다)'라고 말하는 사람과 함께하지 말라고 나온다. 무모한 만용을 경계하라는 교훈이다.

이 말은 경제 분야에도 잘 적용된다. 금융의 핵심은 리스크 관리다. 인식 차가 있겠지만 1999년 외환위기 때 대기업이 쌓아 올린 빚더미가 무너져 발생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부동산에 대한 버블이 빚어낸 결과다. 지나고 보면 불황은 호황이 잉태했고 좋은 시절에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탓이다.

정치권은 현재 경제 상황을 놓고 '네 탓 공방'이 한창이다. 예산 정국도 한 치 앞을 바라볼 수 없는 형국이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실과 여야는 '포호빙하'의 거드름을 피울 것이 아니라 지금 목전에 놓인 경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미래 세대에 무엇을 남길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