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2022 개정교육과정의 시대적 의미

[기고]2022 개정교육과정의 시대적 의미

박형주 아주대 석좌교수 alanpark@ajou.ac.kr

개개인의 미래 삶을 위한 기본 소양을 공교육 과정에서 얻도록 하는 것은 학생의 행복추구권이라는 헌법적 가치의 구현이다. OECD 교육2030 보고서에서 교육의 주요 목표와 핵심으로 설정한 '웰빙2030'이나 '학습자 주도성'도 같은 맥락이다.

현재 초중고에서 사용하고 있는 교육과정은 2015년에 개정됐으며 문·이과 통합교육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그 후에 세상은 또 변했다. 알파고가 기존 바둑계를 뒤흔든 사건은 이러한 시대 변화의 상징이 됐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학교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우리는 다시 교육과정 개정을 시작해야 했다.

2022 교육과정 개정은 인공지능 시대 교육 선언이고 '고교학점제'로 대표되는 개별화된 학습 경험의 구현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학생이 원한다고 마냥 놀게 하자는 건 물론 학습자 주도성이 아니다. 학생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되 자신의 꿈이나 관심사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내용까지 학습해서 '배움의 즐거움'을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

매일 책 5조권 분량의 정보가 세상에 쏟아지는 시대에 곧 낡은 지식이 될 내용을 전달하는 게 교육의 중심이 될 순 없진 않은가. '교과 지식' '역량 함양' '이론 지식'을 넘어 '수행 능력'을 강조하는 흐름은 이미 대세가 됐다.

최근 핀란드는 교육 슬로건으로 '배움의 즐거움'을 강조한다. 이전 우리 교육의 시도에서는 내용을 줄이는 데만 집중했을 때 뻔한 내용의 반복이 늘어나 학생을 더 괴롭게 했다. 핀란드는 여러 교과목 교사들이 융합과목을 공동 설계하고 운영하는 '현상기반학습'을 법제화해서 교과 간 연결성을 제도로 구현하고 있다.

하나의 현상에 다양한 교과를 녹여 호기심을 유발하고 교과 연결성을 드러내는 방식을 우리나라에서 구현하기에는 교과 간 장벽이 너무 높다. 2022 교육과정에서 강화될 정보교육 관련해서 자녀를 코딩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뒤처질 거라는 공포 마케팅에 대한 우려를 접했다. 결국 우리나라도 핀란드처럼 코딩을 기존 주요 교과에 잘 녹여내고 연결해서 학생들이 수시로 자유롭게 활용하는 게 중요하다.

자기주도성, 협력, 소통의 능력을 기르는 새로운 기회에도 주목해야 한다.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이 보편화돼 채팅 방식의 학생 질문이 늘어난 사례처럼 디지털 세대에게 최적화된 방식으로 온·오프 교실에 맞는 상호작용을 늘려야 한다.

고교학점제를 운영하려면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모든 과목(수업)을 제공하기보다 학교마다 잘하는 분야로 특성화하고 합종연횡해서 공동으로 과목(수업)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 것인데 이 과정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을 확대해야 한다.

교육과정 분권화·자율화도 중요한 가치지만 어디에 살든지, 어떤 경제적 상황이든지 국가 교육과정을 동일하게 이수하는 현행 방식에 비해 '격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공급자적 시각 또는 어른의 얘기를 넘어 학생의 미래를 위해 왜 필요한가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

최근 있었던 몇 차례 공청회에서 이견이 충돌하는 장면이 있었지만 교육의 백년대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은 건 당연한 현상이다. 이제 총론의 간결한 진술과 교과의 상세함 사이에서 가치의 층위 문제와 수합된 의견의 반영을 고민해야 하는 일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