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의 뉴삼성 '초격차' 5대 과제]<4>'플랜B' 필요한 배터리·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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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6월, 11박 12일간 유럽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한 말이다. 유럽에서 이 회장은 헝가리 배터리 공장, 유럽 완성차 기업, 글로벌 장비 기업 등을 두루 만나고 왔다. 핵심 고객사를 만난 뒤 그는 삼성의 미래 방향을 '기술'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함축했다.

배터리와 디스플레이는 반도체만큼 '기술'이 경쟁력을 가르는 분야다. 중국의 추격이 가장 빠르고 거센 분야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수익성 확보에 집중해온 삼성의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사업은 변화해야 한다. 중국 기업과 국내 경쟁사가 공격적인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수익성에서도 앞서더라도 향후 '규모의 경제'에서 밀리면 순식간에 시장 리더십을 잃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배터리는 '제2 반도체'라 불리는 삼성의 미래 핵심 먹거리다. LG와 SK가 공격적으로 해외 생산 시설 투자에 나선 상황에서 삼성은 다소 보수적이고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삼성SDI는 3분기 배터리 사업 부문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했다. 수익성 우위 사업 전략을 지속한 결과다. 영업이익률 10%는 배터리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수치다. 중국 CATL, LG에너지솔루션 등 배터리 제조사보다 최대 2배나 높다. 고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소형 배터리 세계 1위 기업으로서 독보적 기술력과 지배력 덕분이다. 이런 와중에 전기차 배터리 수요까지 더해지면서 10% 이상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미래 시장경쟁을 위해선 대규모 투자가 이뤄져야 할 타이밍이다. 삼성은 현재 50기가와트시(GWh) 규모인 배터리 생산능력을 내년 60GWh 수준으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년 대비 증가한 2조원을 투입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한다. IT 기기용 소형 배터리 투자금액을 포함한 '2조원'은 큰 성장이 예고된 전기차용 배터리까지 커버하기엔 부족한 규모다.

삼성SDI 연구소 전경.
삼성SDI 연구소 전경.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성SDI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에 비해 전기차 배터리 투자에 상당히 보수적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배터리 수익성에 집중하기 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투자 재원 확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각각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서 분리한 뒤 기업공개를 통한 재원 확보에 나섰다. 반면에 삼성SDI는 배터리 중심 사업구조라서 회사 분할과 같은 시나리오를 그리기 힘든 게 현실이다. 그동안 이 회장의 '사법리스크'로 그룹차원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이 올스톱된 것도 발목을 잡았다. 이 회장 취임으로 삼성 특유의 과감한 투자결정과 실행이 뒷받침될지 주목된다.

이재용 회장 삼성디스플레이 방문 사진.
이재용 회장 삼성디스플레이 방문 사진.

디스플레이 사업에서도 '초격차'를 확보를 위한 '플랜B'가 시급하다. IT 전방 시장이 침체해 경쟁사가 일제히 역성장한 가운데서도 올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분야에서 높은 수익성을 내며 호실적을 기록했다. 애플 아이폰 고부가 디스플레이 공급 비중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소형 사업에 집중된 매출구조를 다변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중장기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지금과 같은 초격차 기술력 확보와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용 회장 사진=이동근 기자
이재용 회장 사진=이동근 기자

삼성디스플레이는 IT용 8세대 OLED와 마이크로디스플레이 투자 계획을 밝혔다. 성장이 예고된 IT용 OLED와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디스플레이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선도적 투자로 경쟁 우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적자를 기록하는 대형 디스플레이에서도 선도적 투자가 단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회장은 2019년 10월 퀀텀닷(QD) 디스플레이 개발에 2025년까지 총 13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직접 밝혔다. 그러나 만 3년이 지난 현재 투자 집행액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중국이 OLED 시장에서 빠르게 추격하고 있어서 삼성이 대규모 투자와 연구 개발 확대로 디스플레이 초격차를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