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가 자동차보험료를 내리기로 방침을 세웠다. 2년 연속 자동차보험 부문 흑자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여당의 인하 요청에 곧장 응답했다.
국정감사에 이어 지난 6일 민생금융점검 당정 협의회에서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언급됐다. 회의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성일종 정책위의장 등 여당 관계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참석했다.
성 의장은 “자동차보험은 의무 가입해야 하고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되는 만큼 민생에 많은 영향을 준다”면서 “보험료가 민생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시장 동향과 자율적 기능이 작동되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월 30일 국정감사에서도 성 의장은 “고환율, 고물가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줘야 할 손보사들이 떼돈을 벌고 있다”며 “자동차보험료 대폭 인하가 필요하다”고 했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개 손보사는 올 상반기에만 누적 당기순이익 2조원을 돌파했다. 5개 손보사 반기 실적이 2조원을 넘은 건 처음이다. 이들 5개사가 차지하는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은 90% 이상이다.
업계에 따르면 당정 협의회 후 주요 손보사는 보험료 인하 검토에 돌입했다. 통상 손보사들은 연말과 연초에 지난 1년간의 손해율과 인상·인하요인을 검토해 다음 1년의 보험요율을 정한다. 주요 손보사는 올 4월 1일자로 개인용 자동차 보험료를 한 차례 내린 바 있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한 고통 분담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물가 상승에 따른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기와 인하 폭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올해 손해율을 고려할 때 약 1%대 인하가 유력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상위 5개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해 1~9월 평균 77.9%를 기록했다. 회사별로 보면 삼성화재 손해율이 78.7%, DB손보 77.9%, 현대해상 78.8%, 메리츠화재 76.1%, KB손해보험 78.2%였다. 손해율은 발생손해액을 경과보험료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통상 자동차보험 손익분기점을 80% 이하로 본다.
정치권에 끌려다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료율은 회사 자율로 결정하는 것인데 정치권 입김에 휘둘리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다”며 “집중호우와 태풍 등으로 침수차가 다수 발생해 월별 손해율이 오르고 있고 겨울철엔 사고 증가로 손해율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차량 운행이 예년처럼 늘면 보험료율을 다시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