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파운드리, '6개월 先주문'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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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단위 주문' 마지노선 위태
시스템 반도체 경기 위축 직격탄
원자재 가격 꾸준한 상승 이중고
내년 수요 감소…실적 전망 암울

불황 속 파운드리, '6개월 先주문'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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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드리 수요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일부 공정은 가동률 100%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한 해 선주문을 모두 채우던 양상과 대비된다.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급격히 침체되고 있는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담당하는 파운드리마저 불황이 시작됐다는 전망이 나왔다. 파운드리 공정에 쓰이는 소재 등 원자재 가격이 꾸준히 올라 실적 악화는 불가피하다.

불황 속 파운드리, '6개월 先주문' 급감

반도체 팹리스 기업의 파운드리 공정 주문 수가 대폭 줄어들고 있다. 일부는 마지노선인 '6개월 주문 마감'까지 무너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인치 파운드리 업계 관계자는 “관행인 파운드리 공정 확보를 위한 6개월 단위 선주문을 모두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내년에 수요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공정은 100% 가동률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기존 고객 주문에 대응하고 있지만 신규 주문은 대폭 줄었다”고 말했다.

국내 대표 파운드리로는 삼성전자, DB하이텍, 키파운드리가 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중국 우시로 이전, 국내보다는 중국 팹리스 수요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초만 하더라도 최소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주문을 받은 상태였다. 생산능력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병목 현상까지 불거졌다.

파운드리 호황은 반년을 이어 가지 못했다. 세계 경기 침체로 스마트폰과 PC 등 주요 시스템 반도체의 전방 산업이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력관리반도체(PMIC),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무선주파수(RF) 칩 등 국내 파운드리에서 주로 생산하는 반도체 제품을 탑재할 완성품(세트) 전망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나마 완성차 시장이 탄탄해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견조했지만 이마저 병목 현상이 해소되는 추세다.

중국의 코로나 봉쇄도 파운드리 시장에 타격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시장 '큰손'인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국내 팹리스의 수출에 발목이 잡혔다. 중국에 차량용 반도체를 공급하던 팹리스 업체 대표는 “중국 매출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반도체 제품 생산량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다른 시장을 찾지 않으면 파운드리 신규 주문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 업계는 수요 감소가 올해 실적에는 반영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주문을 소화할 물량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고환율 영향에 따른 수혜도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 불황은 불가피하다.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에 파운드리 공정에 필요한 원자재 비용은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웨이퍼와 각종 소재, 산업용 가스 등 원자재 매입가가 분기마다 10% 수준으로 올라갔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 전망

자료=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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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