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칼럼]전파 규제 개선, 반도체 산업 활성화 기폭제 기대

[소부장칼럼]전파 규제 개선, 반도체 산업 활성화 기폭제 기대

지금 세계는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기술 전쟁이 한창이다. 기업은 기술과 이를 실현할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부는 이를 돕기 위해 각종 정책을 추진하며 국가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 7월에 통과된 미국의 '반도체칩·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과 더불어 유럽, 일본, 대만, 중국의 각종 투자 지원과 규제 개선 정책 등이 이러한 이유에서 추진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최근 'K-반도체전략(2021)'과 '반도체 초강대국 달성전략(2022)'을 잇따라 발표했다. 투자 지원과 더불어 반도체 분야의 민간 성장을 저해하는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에 힘쓰고 있다.

기업은 오래전부터 산업 발전에 걸맞은 규제 완화로 기술혁신과 성장 활로를 열어 달라고 호소해 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전파법 규제 완화다. 반도체 공정에는 고주파 전원으로 플라스마를 만들어서 활용하는 기술이 많이 사용된다. 고주파는 이동통신 전파에 혼선을 초래할 우려와 함께 인체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전파법 규제를 받고 있다. 이전에는 반도체 제조 시 고주파 발생 설비 물량이 적어 이 규제가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반도체 생산량이 확대되고 급격한 기술 발전에 따라 정밀 고주파 발생설비 활용이 대폭 늘어나게 되면서 규제가 부담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2021년 'K-반도체전략'에 반도체 고주파 발생장치의 관리를 현실화, 제조시설 생산성을 높이자는 전략을 담았다. 고주파 발생 장비를 신·증설할 경우 일일이 사전 신고 없이 설치 신고 후 곧바로 운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실시했다. 11월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디지털산업 활력제고 규제혁신 방안'의 일환으로 고주파장치 검사방식 개선과 검사수수료 감면계획을 발표했다. 수만대 장비를 일일이 직접 검사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건물 단위로 일괄 검사하고, 개별 장비가 아닌 주파수별로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기업의 애로 사항을 적극 수용하고, 민·관이 함께 노력한 결과가 하나둘 실현돼 가고 있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고주파장치 허가 신청 시 제출하는 공사설계서 등 관련 서식을 간소화하고 구비서류를 줄이는 등 적극 행정을 통해 세부적인 사안의 불필요한 규제에 대한 완화도 올해 안에 추진한다고 한다. 이러한 것이 완성될 때 산업계가 생산 본연의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점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십년에 걸쳐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첫손에 버금가는 성과를 이룩했다. 이는 민·관이 함께 노력해서 혁신을 지속 추구한 결과다. 혁신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추진해야 할 우리 모두의 숙제이며, 국가 전반에 걸쳐 이루어져야 하는 과업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규제 개선 사례가 지속되어 반도체 국가경쟁력 강화의 계기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창한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changhan.lee@ks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