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과거 잣대로는 혁신 시대를 맞을 수 없다

[기고]과거 잣대로는 혁신 시대를 맞을 수 없다

코로나 이후 산업 고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통산업에서는 디지털전환(DX)이 본격화되고 IT산업은 하루가 다르게 기술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처럼 새로운 기술과 용어가 최근 10년 사이에 쏟아지고 있다. AI, 블록체인, 핀테크, 메타버스 등 이러한 기술 혁신의 시대적 흐름은 앞으로 나아갈 뿐 과거로 회귀하지 않는다.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환율·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현시점에 상대적으로 원자재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는 한국이 택할 길은 명확하다. 시대 흐름에 순행하는 기술 개발과 스타트업 육성, 고부가가치 수출 산업 육성뿐이다.

게임 산업은 스타트업 육성의 산실이자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콘텐츠 사업 가운데에서도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산업이다. 우선 유망 스타트업 가운데에는 게임 회사가 많다. 스타트업 투자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더브이씨에 따르면 유니콘 스타트업 출신으로 상장에 성공한 기업 10개사 가운데 게임기업은 5개사나 된다. 쿠팡, 쏘카, 하이브 등 이커머스·플랫폼·엔터테인먼트 기업을 포함했음에도 그렇다. 수출액 및 해외 매출액 비중을 살펴보면 게임산업이 수출 유망 산업임을 알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1년 하반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출판, 만화, 음악,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광고, 방송, 캐릭터, 지식정보, 콘텐츠솔루션, 공연 등 부문 가운데 게임 부문의 수출액이 전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의 69.5%에 이른다. 또한 국내 게임사들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20조6000억원이며, 이 가운데 56%에 이르는 11조6300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이렇듯 게임 산업 육성을 통해 스타트업 지원, 고부가가치 콘텐츠 사업 육성, 수출 증대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게임 산업의 지속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가적인 정책 지원과 육성 의지가 필요한 이유다.

1990년대까지는 추억의 오락실이 동네마다 문전성시를 이뤘고, 현재까지도 많은 이에게 게임은 비생산적인 놀이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남아 있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산업 측면에서 게임 산업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기술 발전으로 아케이드 게임이 PC게임, 콘솔게임, 모바일게임으로 더욱 고도화되고 다양해졌다. 그때 오락실을 드나들던 학생들이 게임산업과 IT산업의 주역으로 성장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했기 때문에 게임 산업의 모습이 많이 바뀐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AI, 블록체인, 핀테크, 메타버스 등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해 미래 산업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중심축이 바로 게임 산업이다.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게임산업법 개정에 대해 긍정적인 취지의 답변을 한 것은 고무적이다. 현재 게임산업법에서 다루고 있는 사행성 게임 규제 조항은 16년 전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바다이야기' 사태 때문에 등장했다. 돌이켜보면 '바다이야기'는 게임의 탈을 쓴 '슬롯머신 도박'이다. 성인용 오락실에서 암암리에 퍼진 '도박'과 '게임'이 하나의 법 조항에 묶이다 보니 게임 산업의 발목이 붙잡혀 있는 형국이다.

이제는 큰 틀에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기존의 틀에서 현상을 바라보면 혁신을 이루기 어렵다. 게임 산업은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AI, 문화, 경제, 메타버스 등 여러 분야가 융합된 종합적인 문화콘텐츠 산업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블록체인 게임도 도입기를 거쳐 확장기에 진입하고 있다. 우리 게임 산업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고 부작용 없이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법률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물론 실효성이 있는 개선안이 당장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주무 부처와 업계, 이용자들이 머리를 맞대면 현명한 기준을 세울 수 있다. 바로 지금 혁신 시대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설홍기 중앙대 경영경제대학 경영학부 교수 hksul@ca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