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0년 금산분리, 낡은 틀 깨자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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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금융산업의 풀뿌리 규제 상징으로 여겨지던 금산분리 제도를 수술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완화가 아닌 경쟁 환경 조성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40여년 동안 산업자본의 금융 유입을 막고 있는 '둑'을 조금씩 허문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금산분리는 한마디로 '금융의 대기업 사금고화'를 막겠다는 취지로 제정된 법이다. 대기업 부실로 은행 시스템 붕괴와 IMF 외환위기를 겪은 우리로서 그 취지는 십분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은 불투명한 아날로그 시대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다. 필요하면 지분 한도나 관계사 거래 제한 등 규제장치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결국 금산분리 여파로 금융이 다른 산업과 융합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했다.

그동안 금융권에서는 금융과 비금융이 어우러진 생활금융 플랫폼 선점 경쟁이 치열했지만 반면 40년 전에 도입된 현행 금산분리 제도가 새로운 빅블러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테크핀 시대에 산업·비즈니스 모델·기술 융합이 핵심이고, 여기엔 금융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실물경제와 금융은 동전의 양면일 뿐만 아니라 금융 데이터 가운데 특히 결제 데이터는 모든 산업, 모든 기업 제품의 소비자 행동을 분석할 수 있는 정보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 플랫폼을 통해 금융과 여타 산업 융합을 촉진할 경우 금융의 양적·질적 성장 잠재력은 물론 여타 산업의 경쟁력도 제고할 수 있다.

하지만 금산분리의 빗장으로 수많은 대형 IT기업과 금융사, 빅테크는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한국과 다르게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들은 각종 금융 규제를 완화하면서 인터넷은행 진흥에 나서는 등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제 금산분리라는 과거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회와 정부가 한몸이 되어 움직여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