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다음 달 베트남 스마트폰 공장을 보름 정도 멈춘다. 코로나19 감염 사태가 극심한 때를 제외하고 삼성전자가 2주 이상 스마트폰 공장 가동을 멈춘 사례는 없다. 스마트폰 판매 부진으로 재고 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12월 베트남 타이응우옌성과 박닌성 두 곳의 공장 가동을 2주 이상 멈추는 방향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삼성전자 베트남 스마트폰 공장은 삼성 전체 모바일기기의 절반을 책임지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생산기지다. 베트남 공장은 12월 중순부터 내년 1월 2일까지 가동을 멈출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11월 말 재고조사를 위한 휴무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이 대규모 생산 설비를 2주 이상 멈추는 것은 드문 일이다. 통상 제조업체가 연말연시에 공장 가동률을 낮추기는 하지만 이번 조치는 유례없는 장기간 휴업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호황기일 때는 연말연시에도 최소 인력을 투입해서 쉬지 않고 공장을 가동했다. 스마트폰 재고 조정을 위한 특단의 조치로 해석된다. 내년 초 갤럭시 S23 신제품 출시를 앞둔 점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3 생산라인만 가동할지를 놓고 막바지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갤럭시 S23 부품생산은 이미 시작됐다. 생산 설비 정비와 점검, 수리도 이 기간에 이뤄진다.
삼성전자는 올해 꾸준히 조업일 수를 줄이며 스마트폰 생산량을 조절했다. 올해 생산 근로자 조업일 수를 5일에서 3일로 조정했고 휴가를 장려해왔다. 연초 계획보다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치가 크게 하향됐고 소비시장이 위축되면서 재고 관리가 핵심 경영 화두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베트남 공장 휴업 조치가 국내외 타 지역으로 확산할 공산도 크다.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인도부터 브라질, 인도네시아, 경북 구미, 튀르키예(터키) 등도 생산 라인 휴업에 동참할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전자는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 목표를 올해와 비슷한 2억7000만대로 설정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내외 환경 영향이 녹록지 않자 프리미엄 제품 중심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