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칼럼]당신(기업)은 지속 가능한가?

이상명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이상명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본질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있다. 이제는 그런 오해가 없어졌지만 ESG는 한때 '기업의사회적책임'(CSR)과 혼돈 속에 기업이라는 주체에 부여된 본질적인 역할과 무관하게 의무만 부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다. 프라티마 반살 캐나다 웨스턴온타리오대 교수는 2017년 경영관리 저널 'Academy of Management Annals'에 'Similar but not the same: Differentiating corporate sustainability from corporate responsibility'라는 제목의 논문을 게재해 ESG는 기업이라는 주체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명확히 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는 결이 다른 주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이라는 주체가 가지는 규범적인 측면에 뿌리는 두는 반면에 지속 가능성은 시스템적 관점에서 기업이라는 주체가 전체 사회 시스템에서 가지는 역할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밝히며 이 두 개념은 다른 출발점에서 시작됨을 명시했다.

이제 ESG에 대한 논의가 어느 정도 정착되어 가고 있는 시점에서 그 본질적인 논의인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우리 기업이 지속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해야 한다. 경제-사회-환경적 가치의 '트리플보텀라인'(TBL) 맥락으로 되어 있는 ESG의 본질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춰 우리 기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요건을 정리해 보자.

우선 기업은 그 본질적인 역할인 경제적 가치를 꾸준히 창출해 내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사회에 내재되고 새로 대두되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으로의 신사업 기회 포착과 가치 창출 노력, 익숙한 방식과 기꺼이 결별하며 새로운 도전을 탐색하는 혁신 노력, 좀 더 효율적인 방식으로 과업을 처리하고자 하는 개선 노력 등 기업 본연의 가치인 경제적 가치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ESG 평가의 다양한 지표들을 좀 더 깊이 이해하다 보면 궁극적으로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직결되는 부분이 많음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ESG의 첨병으로 불리던 다농의 에마뉘엘 파베르 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초 해임된 것은 기업 본연의 가치인 '혁신'을 주도하지 않는 기업은 ESG 분야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기업은 재무적 성과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그 사회 시스템이 요구하는 사회적 가치의 룰을 지켜 나가며 경영 활동을 해 나갈 때 보장된다. 우리 모두는 살기 위해 숨을 쉬지만 숨을 쉬는 게 삶의 목적이 아니듯 기업이 지속 가능하기 위해 돈을 벌지만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돈을 버는 과정과 그 목적, 나아가 그 결과의 정의로운 분배까지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영역을 명확히 구분하는 지혜를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기업의 본원적 선언이 자사의 미션에 명확히 명시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에 더하여 지속 가능한 원재료와 고객 확보를 고민해야 한다. 최근 생물다양성이 ESG의 주목해야 할 분야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어떠한 기업이라도 그가 제공하는 제품·서비스의 가장 기본적인 원재료는 지구상의 생물에서 시작한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은 궁극적으로 그 원천이 되는 지구 환경에 대한 배려로 모아지며, 유엔에서도 '지구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GBF) 등을 통해 이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대비를 선제적으로 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또 환경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새로운 소비자들의 트랜드에 맞춰 환경 이슈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이 모든 영역은 독립적이면서도 포괄적이고 상호작용적 원리 속에 움직이고 있으며, 기업 본연의 모습과 직결됐다. 결국 기업의 지속 가능성은 ESG 각 영역에서의 활동을 어느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부산물과도 같은 것이다.

이상명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이상명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이상명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 sanglee@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