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스마트팩토리와 설비 유지보수의 디지털화

윤병동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원프레딕트 대표이사)
윤병동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원프레딕트 대표이사)

이제 많은 이들에게 ‘스마트팩토리’는 낯선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스마트폰’과 같은 일반명사에 가까워지고 있다. 스마트팩토리가 산업계에 소개된 지는 어느덧 10년 이상이 됐고,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스마트팩토리 시장은 매년 11% 이상으로 급성장해 오는 2023년에는 15조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한 산업 분야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팩토리에 대한 대중들의 인지도가 높은 것에 비해 이해도는 낮은 편이다. 대중적인 스마트폰과 달리, 스마트팩토리는 기존 팩토리에 대한 이해와 해당 제조산업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제조산업별, 국가별로 요구되는 스마트화 수준이 상이해, 스마트팩토리의 정확한 이해가 어렵다. 그 마저도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관련 단어들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에 파괴적 혁신을 가져다 줬다. 입출금, 식사, 쇼핑을 하기 위해서 은행, 식당, 쇼핑몰에 직접 가야만 가능했던 아날로그식 생활은 이제 ‘스마트폰’ 안에서 이뤄진다. 이러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환은 이제 산업현장까지 확대돼 일어나고 있으며, 그것을 우리는 ‘스마트팩토리’라고 일컫는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여전히 아날로그식 산업 활동이 지배적이다. 동시에 노동인구 감소, 높아지는 인건비, 원가부담, ESG 규제 등은 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전보다 훨씬 적은 노동자원으로도 생산성을 높이고 높은 품질을 유지하며, 높아지는 ESG규제 속에도 사업적 성장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스마트팩토리로 해결될 수 있다. 스마트팩토리는 아날로그식 품질, 생산성, 가동율, 물류, 안전 활동을 디지털로 변환시키고, 최소한의 노동자원으로 다양한 제조지표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스마트팩토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산업 현장에는 다양한 영역들이 있다. 그 중 설비 유지보수 활동은 다분히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다. 설비의 상태를 파악하고, (이상 발생시) 이상 원인과 정비 안을 도출해, 정비 계획을 세운다. 정비활동을 통해 설비 운영을 정상화하는 일은 대부분 현장 전문가의 수동적인 판단과 의사결정 영역이다. 하지만 아날로그적인 유지보수 활동들 역시 디지털 트렌드와 맞춰 스마트해지고 있다.

아날로그식 설비 유지보수 방법은 ‘사후정비(corrective maintenance)’ 혹은 ‘예방·계획 정비(preventive·schedule-based maintenance)’ 등이 있다. 명칭 그대로 설비가 고장이 난 후에 정비를 하거나, 설비의 현재 상태에 대한 별도의 분석 없이 정해진 스케줄에 입각해 정비를 수행하는 방법이다. 설비 고장 후에 정비를 할 경우, 현장을 정상화하기 위해 급작스럽게 리소스가 투입되어야 하며, 심할 경우 현장 담당자들의 안전까지도 위협할 수도 있다. 또한 예방·계획 정비 방식을 택할 경우, 설비의 정확한 상태를 알지 못한 채로 아직 충분히 수명이 남아있는 설비·부품을 교체하기 위해 불필요한 작업이 진행될 수 있다는 한계점이 있다.

이렇게 불필요한 작업과 리소스 낭비를 최소화하고자 등장한 2단계 방법이 바로 ‘상태 기반 정비(condition-based maintenance)’이다. 이 방법은 설비에서 나오는 진동, 소음, 온도 등의 신호를 수시 또는 상시로 점검하고 설비의 현재 상태를 파악해 고장이 나기 전에 선제적으로 유지정비를 실행한다. 고장이 나기 전에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에 부품의 비용이나 유지보수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다음 단계로 등장한 것이 ‘예측정비(predictive maintenance, PdM)’이다. 설비의 현재 상태를 파악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고장의 시점을 예측해, 설비 담당자로 하여금 유지정비에 필요한 시간을 미리 확보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지원한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처방정비(prescriptive maintenance, PsM)’라는 개념까지도 등장하고 있다.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처방을 해주는 것처럼, 설비 결함의 원인과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취해야 할 권장사항까지 처방을 해주기 때문에, 현장 내 담당자들의 업무를 한결 효율적이고 간편하게 만들어준다.

설비 유지보수와 관련된 파괴적 혁신을 한가지 예로 설명해보자. 어느 공장에 모터가 1만대 있다고 하자. 계전팀 10명의 담당자가 1달 주기로 관리한다고 생각하면 김대리는 한달에 1천대, 하루 평균 30대 모터를 관리해야 한다. 매일 공장을 돌며 진동, 누설전류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해야 한다. 마치 은행에 가고, 식당에 가는 우리의 아날로그 생활과 유사하다.

스마트팩토리화에 따라 PdM(또는 PsM) 디지털트윈 솔루션이 도입된다면 김대리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 아침 출근 길에 모바일 디지털트윈으로 30대 모터 중 모터 2대에서 이상을 확인한다. 오늘 현장에서는 모터 2대만 관리하면 된다. 나머지 시간은 모터 운영 관리에 필요한 부가가치가 높은 업무를 진행한다. 여전히 정확하고 디지털화된 설비 운영관리로 높은 생산성, 품질, 가동율, 안전을 도모한다.

앞서 말했듯이, 설비 유지보수는 설비가 있던 시점부터 아주 오래도록 산업 현장에 존재해왔던 아날로그적 전문영역이다. 하지만 이를 디지털화 하기위한 예지보전 연구는 불과 20년도 안된 신생 분야이지만, 우리가 안고 있는 많은 사회적, 산업적 이슈에도 불구하고 우리 산업활동은 고도화되고 효율화 될 것이다. 뱅킹, 식사, 쇼핑을 스마트폰에서 해결 하듯, 머지않아 많은 산업활동들도 디지털 솔루션으로 해결되는 혁신적인 날이 올 것이다.

윤병동 서울대학교 기계공학부 교수(원프레딕트 대표이사) contact@onepredic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