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에너지 대란, 위기를 기회로

박명덕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명덕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유난히 많은 사건이 발생한 2022년도 어김없이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 겨울은 전통적으로 천연가스 수급에 대한 뉴스가 많이 등장하는 계절이다. 그 이유는 일반적으로 동절기에 천연가스 난방용 수요가 급증함과 동시에 전력 사용량도 급증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전력은 원자력·유연탄·천연가스·신재생 등에서 생산되는 2차 에너지로 분류되는데 원자력과 유연탄은 기저전원이라고 지칭되며, 연간 상대적으로 일정하게 발전하는 특징이 있다. 반면에 천연가스는 '첨두부하'(24시간 또는 일정 기간 최대 순간 부하나 최대 평균 부하)를 담당하고 있어 계절에 특히 민감하다.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 자연스레 발전용 천연가스 수요도 증가한다. 전력 수요는 동절기와 마찬가지로 하절기 역시 높은 수치를 보이기 때문에 발전용으로 다량의 천연가스가 사용된다. 그러나 여름에는 난방용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하절기보다는 동절기에 천연가스 수급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22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어떤 국가도 에너지 위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천연가스 가격은 급격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며 강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일시적으로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더라도 언제 다시 급격한 상승세로 돌아설 지 알 수 없는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한시도 에너지 위기에 대한 관심을 게을리하거나 멀리할 수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진된 공급망 위기는 천연가스뿐만 아니라 유연탄 수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연탄 발전량이 감소한다면 천연가스발전 수요가 증가할 것이며, 이는 천연가스 수급에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한국가스공사에 따르면 11월 초 기준 재고율은 약 89% 수준이라고 한다. 이렇게 공급 측면에서 대책을 세우고 대비하는 것처럼 수요 측면에서도 수급 안정을 위한 강력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수요를 조절하는 방안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가격 정책이다. 시장화된 천연가스 분야에서 가격 정책은 사실상 인위적인 가격 설정이 아닌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공급 비용을 적기에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와 가스공사는 각각 엄청난 수치의 적자와 미수금을 기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규모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공기업의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채권 시장에서도 일부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적정 요금을 적기에 부과하지 않았던 요금 정책이 에너지 시장을 넘어 다른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결국 경제학의 가장 기본인 수요와 공급에 따라 발생되는 가격 신호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현명하고 합리적인 소비자는 시장의 가격 신호에 따라 자신들의 수요를 적절하게 조절할 것이기 때문이다.

감염병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당장 눈앞에 등장한 위기 상황 타개를 위해서는 일시적으로나마 탄력적인 정책 운용이 필요하다. 겨울철에 시행되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논의가 요즘 빈번하게 언급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모두 단기적이며, 일시적인 조치에 불과하다. 소비자에게 환경성과 공급 안정성 등 에너지 공급에 수반되는 비용을 적절하게 부과하고, 가격 신호에 반응한 소비자의 현명한 소비를 유도하는 것이 수요 측면의 가장 효과적이고 유일한 대책이다.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한 정책 해법은 가장 기본적인 것에 있다.

박명덕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mdpark@kee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