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칼럼]전기차 충전 고민할 때

[모빌리티칼럼]전기차 충전 고민할 때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국토교통부 자동차등록통계에 따르면 2020년 말 13만4000대가 누적 등록된 전기차는 지난해 23만1000대로 급증했다. 올해 10월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는 36만5000대다. 조만간 누적 전기차 수는 40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추세라면 정부가 목표로 한 2025년 친환경차 283만대 보급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시장에서도 전기차가 가파르게 늘면서 멀지 않아 1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기하급수적으로 전기차 보급 대수가 증가하며 바늘과 실 관계인 충전 인프라도 크게 늘었다. 충전은 전기차 운행에 가장 중요한 문제다. 공공 급속충전기는 물론 심야에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완속 충전기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도심 곳곳에 충전기가 계속 설치되고 있지만 아직 국민의 약 30%가 거주하는 빌라, 연립주택 등에서는 전기차 충전이 쉽지 않다. 주차장이 좁아 공공 충전시설 설치 요건이 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주차장 면수가 적다면 완속 충전기라도 설치하는 등 사각지대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충전 인프라 확대만을 강조하다 보니 이미 설치한 충전기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것도 큰 문제다. 주변에 고장 난 충전기가 많다는 전기차 소유자 불만이 많다. 충전기 10대 가운데 1대는 고장 상태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전기차 보급과 충전기 설치도 중요하지만 이의 관리가 더 중요한 일이다. 오지에 있는 충전기는 관리 부재로 과반이 고장 상태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충전기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다.

한국전기차협회장직을 맡은 필자는 환경부 등 중앙 정부 차원에서 충전기 관리 예산을 별도로 책정할 것을 제안해 왔다. 예산을 확보해서 충전기 지붕 설치와 고장 난 충전기를 관리하는 비용으로 활용해야 한다. 일본에 가면 고장 난 충전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별도 예산을 확보해서 민·관 구분 없이 고장 난 충전기가 있으면 즉각 신고할 수 있는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가 확인해서 수리하면 즉각 수리비를 지급하는 제도까지 운영하고 있다.

고장 난 충전기는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커지는 이유다.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충전기 관리 예산을 별도로 책정, 선진형 충전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전기차에 대한 가장 큰 불만 사항인 충전기 고장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길 바란다.

전기차 보급이 늘수록 내연기관차 대비 최대 장점인 저렴한 충전료에 대한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공공 급속충전기는 고속도로 휴게소나 유명 관광지 등 꼭 필요한 곳에 설치돼 있어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빠르고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는 급속충전기는 적절한 충전료를 책정,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서 큰 의미가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충전료로 이용할 수 있는 완속 충전기 활용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한 중요한 요소다. 특히 심야용 전기를 쓰는 완속 충전기는 잉여 전력 비중이 높아 더 낮은 비용에 이용할 수 있다. 완속으로 충전하면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명을 늘려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관건은 정부가 얼마나 심야용 전기를 저렴하게 제공하는가다. 우리나라 전기료는 누진세 등 매우 복잡한 가격 구조로 되어 있어 운신의 폭이 낮은 편이다. 일본이나 중국은 누진세가 없고, 시간이나 계절별로 전기 가격을 책정한다. 이 덕에 소비자가 잉여 전력을 낮은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상황에 따라 전기료를 최대 10배까지 차등하는 부분은 우리가 참조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충전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중요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 pskim@daelim.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