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DX 추진을 위한 인적자원 개발(HRD)

이삼수 LG전자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부사장
이삼수 LG전자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부사장

올해 2월부터 격월로 본 기고를 통해 (1)레거시 기업의 DX 추진 전략 (2)DX를 통한 일하는 방법의 혁신 (3)DX를 통한 고객 경험의 혁신 (4)인공지능 기술 동향에 대해 필자의 경험과 생각을 나눠 봤다. 4회에 걸친 기고에서 데이터와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 이야기를 했지만 역설적으로 이 해법은 결국 사람의 문제로 귀결되기에 사람, 즉 기업 내 인적자원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며 기고를 마치고자 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역량과 자원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산업계에선 3B (Build·Buy·Borrow)가 언급돼 왔다. 인적자원 또한 마찬가지며 이 3B는 교육과 육성, 채용, 제휴 협력에 해당한다. DX 인적자원 강화에 있어 핵심이자 주된 대상인 임직원은 데이터 과학자(Data Scientist), 시티즌 데이터 과학자(Citizen Data Scientist), 임원급 리더 이상 3개 그룹이라 할 수 있다. 데이터 과학자는 잘 알려진 대로 컴퓨터 공학, 통계학과 수학 등 전문 학위를 보유한 인력을 말한다. 시티즌 데이터 과학자는 프로그래밍, 통계학 등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은 없으나 실무적 교육을 통해 데이터 분석 능력을 갖춘 현업 실무자를 일컫는다. 시티즌은 단어의 뜻 '시민'에서 짐작되는 바와 같이 실무자를 의미한다.

위와 같은 구분을 <그림>과 같이 나타낼 수 있는데 데이터 과학자, 시티즌 데이터 과학자, 임원 그룹을 어떻게 교육하고 양성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한 이슈로 볼 수 있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최근 채용 시장에선 이들 인력의 수급난이 심각하기 때문에 내부 임직원의 'Build'에 더욱더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Build를 통한 DX 인적자원 강화는 고유의 명확한 장점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해당 산업과 각 가치사슬 영역(Domain), 사내 문화를 이해하는 내부 임직원이 보다 높은 DX 가치 창출 가능성을 갖기 때문이다. 'Buy'를 통해 확보한 외부 인력이 사내 네트워크 부족과 유관 조직들의 사일로(Silo)로 인해 역량을 미처 펼치지 못하는 사례를 찾는 것이 어렵지 않음을 생각하면 Build의 장점은 더욱 뚜렷하다.

이에 DX를 추진할 인적자원의 강화에 있어 기업이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도록 Build에 초점을 두고 핵심 사안을 다뤄 보면 다음과 같다.

[ET시론]DX 추진을 위한 인적자원 개발(HRD)

첫째로 시티즌 데이터 과학자를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 즉 각 도메인에서 실무를 수행 중인 인력들을 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인력으로 Build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림-A> 이들을 어떻게 하면 단기간에 시티즌 데이터 과학자로 양성해서 실전형 DX 인적자원으로 만들 것인지가 관건이다. 도메인 실무자가 데이터를 얼마나 잘 활용할 수 있느냐는 결국 그 가치사슬의 DX 속도와 수준을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Build, 이른바 리스킬(다른 업무도 수행하기 위해 새로운 역량을 익힘)화 할 수 있을까. 각 실무자의 학습 능력과 경험의 차이를 감안하지 않은 전통적인 집합 교육 또는 온라인 교육 같은 강의 중심 교육만으로는 양성하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효과적이지도 않다. 심지어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 중 일부는 이론을 먼저 배운 강사가 이론을 전달 교육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봤다.

필자는 데이터 과학자와 시티즌 데이터 과학자 후보, 즉 도메인 실무자가 실제 현업의 문제를 함께 풀어가는, 현업 실행을 통한 학습(Learning by Doing)이 대안이라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최초 수 시간 내외의 개론 교육은 차치하더라도 이후 교육을 진행하는 강사 자격은 달라야 한다. 이론에만 해박한 강사가 아닌 현업의 데이터를 실제로 분석해서 성과를 창출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도메인이 당면한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해결까지 이끌어 줄 수 있는 사내 데이터 과학자가 강사로서 적합하다.

나아가 시티즌 데이터 과학자로 양성된 이들이 각자 현업 영역에서 데이터 활용의 확산과 변화 에이전트로서 업무 방식과 부서 동료들의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느냐 또한 관건이다. 이를 통해 Build 효과가 10배 확산할 수 있도록 어떻게 직무와 보상 체계를 보완할 것인가는 DX 인적자원 관리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다.

둘째로 데이터 과학자의 Build에 있어서는 데이터 과학자 수준의 상향 평준화가 핵심이다. <그림-B> 이들 또한 단기, 중장기 집합 교육, 온라인 교육보다는 실제 현업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있는 선임 데이터 과학자로부터 도제식 경험 전수, 상호 논의하며 서로 배우는 학습(Learning through Discussion) 방법이 보다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기업에서 가장 이상적 데이터 과학자는 프로그래밍과 데이터베이스, 수학과 통계학 역량뿐만 아니라 일정 수준의 도메인 지식과 비즈니스 소프트 스킬도 갖춘 인력이다. 데이터 과학자에게 가장 취약한 도메인 지식과 비즈니스 소프트 스킬(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스킬, 협업을 통한 문제 해결 등)은 선임 데이터 과학자와의 도제식 멘토링을 통해 일정 수준 향상될 수 있다. 또 앞에서 언급한 시티즌 데이터 과학자 후보들과의 현업 문제 해결 과정에서 공고화될 것이다.

셋째로 임원 대상의 Build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림-C> 어떻게 해야 임원급 리더들이 디지털 기술의 활용 시도에 대해 깨어 있고, 높은 안목을 갖도록 할 것인지는 대단히 중요하다. 이들의 시각과 안목에 따라 앞에서 언급한 Build 방안들의 실행과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금융 등 일부 산업은 데이터와 인공지능(AI)에 대한 시각과 안목이 대체로 일정 수준 이상에 올라선 것으로 보이나 많은 전통산업 기업의 리더는 소위 데이터 리터러시(문해력)를 보다 높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디지털 변혁기 과정에서 이들의 데이터 문맹은 조직의 수익성, 성장성에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기에 리더들의 데이터 리터러시 향상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임원급 리더의 연간 성과 계획에서 일정 부분을 조직 도메인 실무자와 데이터 과학자의 협업을 촉진(Facilitator), 코칭(Coach), 이슈 해결 조율(Mediator) 역할에 배정하는 것도 고려해 봄직하다. 데이터 활용에 깨어 있는 실무자, 사명감을 가진 데이터 과학자의 노력만으로는 Build가 원활히 시행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강력한 힘으로써 임원급 리더의 몰입만 한 것은 없다고 본다.

기업 활동에서 근원적 요소는 사람이며, 모든 이노베이션을 이뤄내는 주체도 사람임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기업이 DX 해법 모색에 고심하고 있는 지금 인적자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구절을 다시금 새겨볼 때다. 아무쪼록 우리나라의 모든 기업이 DX 인적자원 강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해서 변화의 시기에 차질 없이 대응하고 지속 성장해 나갈 수 있길 바란다.

이삼수 LG전자 최고디지털책임자(CDO, 부사장) sam.Lee@lge.com

○이삼수 부사장은…

LG전자로 입사해 LG그룹 여러 계열사에서 경력을 쌓은 전략 전문가다. LG전자에서는 스마트비즈니스 전략, 기술전략, 사업전략 등 다양한 전략 분야를 담당했다. LG유플러스에서는 콘텐츠 및 서비스 사업을 담당했다. 2019년 LG그룹 최고디지털책임자(CDO), 그룹 융·복합 연구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 대표를 역임했다. 2021년 LG전자로 복귀해 CDO로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가속화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최고전략책임자(CSO)도 겸직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