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이 R&D 바라는 기술은...민간 R&D 협의체, 총 161건 R&D 민간수요 망라

30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2 민관 R&D 혁신포럼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30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22 민관 R&D 혁신포럼 참석자들이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기술 패권 경쟁이 날로 심해지고, 연구개발(R&D) 역량과 그 성과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현재, 기존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이 전면에 나선 민·관 협력 R&D 체계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주요 방편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표 사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이종호)가 지원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회장 구자균)가 운영하는 '민간 R&D 협의체(이하 R&D 협의체)'다. 다양한 글로벌 경쟁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민간 기업을 구심체로 만들어진 R&D 협의체는 기업, 전체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어떤 기술 R&D가 수행돼야 하는지 그 수요를 직접 발굴하고 로드맵을 수립하고, 정책 및 제도 개선 의견을 내고 있다. '민간 기업은 이런 기술 R&D를 원한다'는 의견을 종합해 정부에 제안, 협력을 구하고 있다.

2022 민관 R&D 혁신포럼
2022 민관 R&D 혁신포럼

R&D 협의체는 올해 탄소중립과 신재생에너지, 첨단바이오, 미래 모빌리티, 디지털 전환 등 5개 분야, 하부 9개 분과로 협의체를 확대·구성했다. 국내 120개 선도기업 R&D 임원, 실무진이 참여한 가운데 여러번 전문위 및 실무위 수요발굴 과정과 전문가 검토, 간담회 등을 거쳐 총 161건에 달하는 민간 기술 수요를 찾아냈다. 이들 내용은 보고서로 꾸려져 30일 서울 더케이 호텔에서 열린 '2022 민관 R&D 혁신포럼'에서 발표됐다.

◇국가 탄소중립 이루려면 기술 R&D 투자 절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첫 번째 탄소중립 분야 '산업공정혁신' 분과에서는 시멘트·철강·석유화학 산업 분야 탄소배출 저감 관련 기술 수요를 도출했다. 시멘트 분야는 전체 이산화탄소(CO₂) 배출 원인 93%에 해당하는 석회석과 유연탄 대체 등이 주된 내용이었다.

철강 분야에서는 고로·전로·전기로 공정 효율 향상과 에너지 저감을 주된 추진과제 내용으로 내세웠고 장기적으로 수소환원제철 기술, 수소환원철이 원료인 전기로 활용기술 개발도 필요하다고 했다. 석유화학 분야에서는 열에너지 효율 향상과 폐열활용 등으로 효율 향상을 이루고, 공정 부산물을 활용한 고부가 제품 생산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분야도 주목했다.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분과에서는 CO₂ 포집의 경우 실제 포집 기술 상용화를 위한 대규모 실증 기술에 집중했다. 상용급 포집 기술과 차세대 포집제, 연간 100만톤 대규모 CO₂ 포집 설비 운영기술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CO₂ 활용 영역 역시 실증연구 강화에 주목했다. CO₂ 저장의 경우 특히 액체 CO₂ 해상 운반선 실증을 중장기로 추진해야 할 기술 수요로 꼽았다.

민간 R&D 협의체 구성
민간 R&D 협의체 구성

◇재생·수소에너지 기술 개발로 신재생에너지 판 키워

신재생에너지 분야 중 '재생에너지' 분과는 태양광과 풍력, 이차전지·ESS, 전력계통 등 세부 영역을 살폈다. 특히 태양광에서는 '초고효율 탠덤 태양전지 개발'을 정부가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풍력은 2027년 내 15메가와트(㎿)급 이상 대용량 터빈개발과 핵심 부품 경쟁력이 시급하다고 봤다. 이차전지·ESS의 경우 핵심 소재와 부품 개발을, 전력계통은 수용성과 안정성 확보가 급하다고 역설했다.

'수소' 분과는 생산과 저장·운송, 발전, 연료전지 등 수소 분야별 핵심기술 개발로 수소경제 전주기 생태계를 구축하고 관련 산업 선도에 나서야 한다고 기술 개발 추진 목표를 제시했다.

일례로 수소 저장·운송 영역에서는 2027년 내 단기로는 고효율 수소 액화 기술을 개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수소저장합금 상용화 기술을 확보하고 그 안전성을 검증하는 등 저장기술 확보를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관 R&D 혁신포럼 주요 참석자들이 이번에 마련한 전략보고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기수 포스코 전무, 육심균 두산에너빌리티 전무, 이진욱 OCI 부사장, 최영헌 롯데케미칼 상무, 맹철영 SK바이오팜 부사장, 구자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회장, 주영창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최준기 KT 본부장, 강민석 LG이노텍 부사장, 신상준 한국항공우주산업 실장, 김찬모 삼성메디슨 상무.
민관 R&D 혁신포럼 주요 참석자들이 이번에 마련한 전략보고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기수 포스코 전무, 육심균 두산에너빌리티 전무, 이진욱 OCI 부사장, 최영헌 롯데케미칼 상무, 맹철영 SK바이오팜 부사장, 구자균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회장, 주영창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최준기 KT 본부장, 강민석 LG이노텍 부사장, 신상준 한국항공우주산업 실장, 김찬모 삼성메디슨 상무.

◇첨단바이오, 선도기술 개발로 글로벌 노려야

근래 더욱 국제적 중요성이 커지는 첨단바이오 분야, 그 중 '차세대 모달리티(치료 수단)' 분과는 △mRNA △바이러스 벡터 △엑소좀 △세포치료제 각기 세부 분야에서 선도기술 개발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술은 글로벌 수준에 근접했지만 자체 사업화에는 규모가 열세라는 것이다. 결국 선도기술 개발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차세대 모달리티 분과는 특히 mRNA에서는 mRNA 설계와 발현 벡터, 나노입자 전달체 등 원천기술 국내 개발 필요성을 밝혔다. 세포치료제는 고형암을 효과적으로 타기팅하는 세포치료제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분과는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 서비스 3개 영역에서 기술 수요와 R&D 추진전략을 마련했다. HW에서는 고품질 진단·치료용 의료기기 개발과 웨어러블 시스템 확대, 수술용 의료장비 국산화 기술 등을 재빨리 개발해야 한다고 봤다. SW에서는 IT 활용 개인 맞춤형 건강 및 질환 관리, 디지털 병리진단과 같은 의료 신기술 적용 확대를 단기에 이루고, 중장기로는 안질환 원격진료 플랫폼 구축 등 기술 적용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피력했다.

서비스 영역으로는 디지털 융합 건강관리 서비스, 빅데이터 활용 개인 맞춤형 진단 서비스를 단기에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간 R&D 수요발굴 프로세스
민간 R&D 수요발굴 프로세스

◇전 세계 미래 모빌리티 역점…우리도 대응해야

글로벌 기업 중심으로 기술 개발이 활발한 '자율주행' 영역에서도 분과가 활동, 기술 수요와 추진 전략을 내놓았다. 분과는 △차량용 반도체 △자율주행 센서 △라이다(Lidar) 공정 및 장비 △샤시와 차체 부품 △전기·전자 △차량 통신 등 세부 분야 전 영역에서 국산화와 기술 내재화를 이뤄, 국내 시장 확보와 세계 시장 석권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프트웨어 디파인드 비클(SDV) 분야 선제 대응 전략 마련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더해 자율주행 데이터와 서비스도 부가가치를 높여 데이터 산업 강국 실현에 일조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미래형 교통수단으로 주목받는 '도심 항공모빌리티(UAM)'도 분과 활용 영역이었다. 교통운항 관리기술·시스템을 비롯한 UAM 상용화 서비스 기반 기술, UAM 기체 및 주요 핵심 부품 기술, 고출력-경량 수소연료전지나 고출력 모터와 같은 UAM 고효율 에너지 기술, 자율 비행 기술 등을 기술 수요 사항으로 꼽았다. UAM 관련 인증제도와 법령체계 기반연구도 꼭 R&D를 추진해야 할 사항으로 봤다.

◇인공지능(AI)으로 이루는 디지털 전환

중요성에 이론 여지가 없는 AI 분야도 협의체 분과가 살폈다. 먼저 데이터와 모델링 영역에서는 초거대 AI 개발을 위한 학습용 데이터 확보, 한국형 주행 영상 데이터셋 구축 및 비주얼 매핑, 산업 도메인별 특화 AI 언어모델 개발, 분자 동역학 활용 AI 소재 물성 예측 모델 등을 중요하게 봤다. 플랫폼과 인프라, 서비스 분야에서도 다수 R&D 필요 과제를 내놓았다.

단기, 중장기를 모두 고려한 과제 선정과 예산 투입으로 글로벌 AI 경쟁체제에 대응하고, 민간 수요 기반 AI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 AI 분과의 설명이다. 국가 차원의 AI 성장 모델과 방향 수립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들 협의체 내 5개 분야 9개 분과는 정책과 제도 개선 의견도 내놓았다. 분야별 차이는 있지만 R&D 성과가 이른 시일 안에 제품이나 공정, 서비스로 구현될 수 있도록 각종 절차가 빨리 이뤄지게 도와달라는 사항은 공통이었다. 일부 제도가 불명확해 이뤄지는 업계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 요청도 있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