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노벨상 수상 '클릭 반응' 이용해 고성능·고밀도 탄소나노튜브 필름 구현

클릭반응을 이용해 고성능,고밀도 탄소나노튜브 필름 제조기술을개발한 화학연 연구팀 왼쪽부터 정서현, 임보규 선임연구원.
클릭반응을 이용해 고성능,고밀도 탄소나노튜브 필름 제조기술을개발한 화학연 연구팀 왼쪽부터 정서현, 임보규 선임연구원.

국내 연구진이 '탄소나노튜브 반도체'를 이용한 고성능 트랜지스터 개발에 성공했다.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미혜)은 임보규·정서현 박사팀과 노용영 포항공대 교수팀이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 반도체를 이용해 높은 재현성과 안정성을 갖는 트랜지스터를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재현성은 동일 조건에서 반복해 실험할 때 동일 연구결과가 도출되는지 여부다.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탄소나노튜브 반도체 트랜지스터로의 활용뿐만 아니라, 향후 탄소나노튜브 기반 가스 센서 및 바이러스 감지센서 등 다양한 센서 플랫폼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탄소나노튜브는 기존 실리콘 반도체 대비 70배 이상 월등한 전기적 물성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밝혀지며 전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아 왔다. 그런데 탄소나노튜브는 반도체성과 도체성이 혼합돼, 지난 수년 동안 반도체성 탄소나노튜브의 선택적 분리를 통해 높은 성능의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를 구현하고자 하는 연구가 집중돼 왔다.

하지만 필름 내 탄소나노튜브 밀도가 균일하지 않고 튜브 간 연결성이 불규칙하기 때문에, 동일한 조건으로 제작된 탄소나노튜브 트랜지스터 간에도 성능 편차가 큰 문제가 있다. 재현성이 낮은 것이다. 또 이를 이용한 바이오센서 제작 시 세척 과정 중에서 필름이 탈착돼 소자 간 민감도 차이가 크게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연구팀은 이런 한계를 극복해, 반응 시간을 조절하면서도 필름 내에 밀도를 쉽게 조절할 수 있으며, 짧은 반응 시간으로 고밀도의 탄소나노튜브 필름을 형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특히 2022년 노벨화학상 수상 내용이자, 아자이드(azide) 분자와 알카인(alkyne) 분자가 핵심인 '클릭반응'이라는 매우 간단한 화학반응을 이용하여 우수한 재현성을 갖는 탄소나노튜브 필름을 형성했다.

클릭반응은 서로 다른 화학 작용기가 마치 컴퓨터 마우스를 클릭하듯, 짧은 시간에 결합하는 반응을 뜻한다. 이를 개발한 연구자들이 올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우선 아자이드가 도입된 고분자를 합성해 반도체성 탄소나노튜브를 선택적으로 감아 분리했다. 그리고 아자이드와 클릭반응 할 수 있는 알카인 기반 고분자를 합성하고, 이를 빛이나 열을 이용해 유리 기판 등에 화학결합으로 고정화했다. 이렇게 알카인이 고정화된 기판을 아자이드 고분자가 감겨있는 탄소나노튜브 용액에 넣고 클릭반응을 통해 탄소나노튜브 필름을 제조했다.

본 기술로 제작한 탄소나노튜브 필름 기반의 트랜지스터는 기존 방식 대비 성능이 20배 이상 향상되었으며, 소자 간의 성능 차가 크지 않아 매우 균일한 특성을 보인다.

제조된 필름은 저농도의 탄소나노튜브 용액을 사용해도 5분 이내의 짧은 시간으로도 고밀도의 탄소나노튜브 필름을 형성할 수 있으며, 제작된 탄소나노튜브 필름은 기판과의 강력한 화학결합을 형성하여 다양한 용매 세척에도 떨어지지 않는 안정성을 가진다.

연구팀은 높은 신뢰성과 재현성의 전자소자 특성 구현 연구성과를 활용하여 수소센서 및 바이오센서 등 탄소나노튜브 전자소자 상용화를 위한 다양한 후속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혜 원장은 “이번 성과는 높은 재현성을 갖는 탄소나노튜브 기반 전자소자의 새로운 플랫폼을 제시한 연구결과로, 그동안 탄소나노튜브 전자소자의 낮은 재현성 문제로 상용화가 어려웠던 만큼, 후속연구를 통해 탄소나노튜브 기반의 다양한 전자소자 상용화에 한 발짝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화학공학 분야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 온라인판 9월호에 게재됐다. 또한 이번 연구는 한국화학연구원 자체사업으로 수행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