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복하게 해주세요, 제발"…우크라 핫라인에 러군 전화 빗발쳐

도네츠크 지역에서 생포된 러시아 병사들.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도네츠크 지역에서 생포된 러시아 병사들.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러시아 군인들의 투항을 유도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개설한 핫라인에 하루 100여 통에 달하는 항복 문의전화가 빗발친다고 영국 BBC 방송이 30일(현지시간) 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 9월 ‘살고싶다’(I Want To Live) 프로젝트를 신설했다. 러시아 군이 콜센터에 전화를 걸거나 텔레그램, 왓츠 등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문의하면 투항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마련해준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러시아군의 항복을 받아낼 목적으로 개설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관계자는 현재까지 러시아 군인과 가족들로부터 3500건 이상의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달 9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인 헤르손에서 병력을 철수한 이후로 문의 건수가 크게 늘었다는 우크라이나 측의 설명이다.

전쟁포로 처우 본부 관계자인 스비틀라나(가명)는 “문의 내용은 매번 다르다”며 “단순 호기심에 전화를 거는 이들도 있고, 아직 징병 대상이 아니지만 추후 대비 목적으로 항복 방법을 물어보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몰래 도망쳐 전화를 걸 수 있는 저녁 시간대가 가장 바쁘다”며 “주로 전화를 건 이들은 남성들이다. 이들은 항복하는 방법을 정확히 알지 못해 좌절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한 남성은 “정확히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무릎을 꿇으면 될까요? 내가 어떻게 해야 항복할 수 있을까요”라며 절실한 심정으로 전화하기도 했다.

스비틀라나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러시아 군인을 투항할 수 있도록 도왔는지는 말할 수 없다면서 “나라(러시아) 전체를 판단할 수는 없지만, 많은 이들이 이 전쟁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살고 싶다’ 프로젝트는 러시아군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일종의 정보전 성격도 지니고 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프로젝트 관련 영상에서 “스스로에게 물어봐라 –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는가?”라는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폭발 장면과 러시아 병사들이 투항하는 사진 등을 보여줬다.

또, 향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쟁포로 교환에도 활용될 수 있다. 미국의 국방·외교 분야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 또한 이번 전쟁과 관련한 내부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 과거보다 적극적으로 포로 교환에 임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