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예술이 된 게임

지난 9월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 3월부터는 게임이 법적으로 '예술' 범위에 포함된다.

게임을 문화예술 진흥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은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됐다. 오랜 숙의와 수차례의 법안 발의 및 폐기를 거쳤다. 이번 개정안도 2020년 조승래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의 대표발의 후 2년여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데스크라인]예술이 된 게임

게임을 산업이나 놀이를 넘어 '존중'의 대상이 되고 '미학'을 추구하는 아이템으로 본 것이 핵심이다. 게임을 문화이자 예술로 보게 된 것은 단순한 인식 차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게임이 새롭게 도약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우선 그동안 쌓여 온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크게 낮춰 줄 것으로 예상된다. '셧다운제' 등 그동안 게임의 발목을 잡아 온 논란에서 게임이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게 됐다. 그동안 영화나 음악 등 다른 콘텐츠에 비해 유독 게임에만 과도한 부정적 인식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제한 대상이 아닌 예술로 인정받은 것은 산업의 인지도 개선이나 우수 인재 확보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게임이 정부 지원 대상이 된다는 점도 크다. 연간 매출 수조원대를 올리는 대형 게임사는 별다른 영향이 없겠지만 중소·인디 게임사에는 분명한 기회다. 예술로 인정받으면서 정부의 지원 대상이 될 근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게임 산업의 저변을 넓히면서 K-게임의 다양성을 확대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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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예술 지위에 오른 만큼 사회적 책임도 중요해졌다. 여전히 “게임이 무슨 예술이냐”는 목소리도 있다.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또 이번 조치가 게임의 사행성이나 선정성에 면죄부로 작용해서도 안 된다. 게임사나 관련 종사자들은 예술인·문화인에 준하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대다수 게임 개발자는 본인을 예술가라기보다 엔지니어라 생각한다. 예술을 한다는 자체 인식도 해야 하고, 게임의 부정적 영향에 대해서는 자정 노력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다른 포인트 하나. 이번 개정 법률은 게임산업 '진흥'에 무게를 두면서 기대치가 높다. 다만 과거 여러 사례에서 법 제도화 자체가 규제를 낳는 일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게임의 정의나 기능 규정, 산업 통계 작성, 세부 기준 적용 등을 거치다 보면 오히려 규제가 늘 수 있다. 이 때문에 법 취지나 내용과 무관하게 정부 개입 자체를 싫어하는 게임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앞으로 세부 시행령이나 정부정책 수립 과정에서 진흥법이 또 다른 규제가 되지 않도록 세심한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게임은 K-콘텐츠의 큰 축 가운데 하나다. 또 신기술의 총아이면서 음악·영상·그래픽·서사가 모두 담긴 대표적 융합산업으로 꼽힌다. 해외에서 각광받는 수출 효자상품이기도 하다.

예술이라는 지위 확보를 K-게임의 도약 기회로 잘 살려야 한다. 물론 법이 모든 것을 해결하진 않는다. 법은 좋은 도로를 깐 것이다. 주변에 상권을 키우고 많은 차량이 이용하게 하는 것은 또 다른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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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근거가 마련된 것을 계기로 K-게임의 레벨업·고도화가 이뤄지도록 여러 시장 참여자의 노력이 잘 합쳐졌으면 한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부처의 세부 정책이 중요해 보인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